[나무와 경영] 느티나무, 미션으로 길을 이끌다 上

김종운(한국능률협회컨설팅) 승인 2022.08.25 10:48 의견 0

▲든든한 그늘을 만드는 느티나무
도시에는 느티나무가 많다. 시골에서도 마을 초입에 커다랗게 자리 잡은 느티나무를 흔히 볼 수 있다.

느티나무 하면 뭔가 경건하거나 좀 더 과장하자면 신령한 느낌까지 주는 나무라는 생각이 든다. 특별한 이유보다는 나무 자체가 워낙 오래 살고 매우 크게 자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느티나무는 풍성한 가지를 사방으로 뻗어 내고 그 가지마다 빼곡히 잎을 달아 주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나 좋은 쉼터를 제공해 준다. 그래서인지 어느 마을에서고 느티나무 아래는 모든 마을 사람들이 모이고 서로의 길흉화복을 나누는 가장 중요한 장소가 되곤 한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느티나무와 벚나무를 많이 혼동하는 것 같다. 나무의 형태인 수형이 비슷한 탓이기도 하고, 두 나무 모두 가로수로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꽃이 피거나 열매가 달리면 누구나 쉽게 구분할 수 있지만 잎만 달려 있는 시기에는 쉽게 구분을 하지 못한다.

기왕 말을 꺼냈으니 가장 쉽게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느티나무 잎은 조금 길쭉한 타원형에 잎 가장자리 모양이 약간 둥근 톱니 모양을 하고 있다. 그에 반해 벚나무는 나뭇잎이 계란 모양으로 약간 더 통통하며 가장자리 톱니가 조금 더 뾰족하게 생겼다. 꽃 피는 시기상으로는 벚나무가 일찍 피고 진 다음 느티나무 꽃이 피는데, 느티나무 꽃은 거의 눈에 잘 띄지 않아 모르고 지나는 경우가 많다. 이 정도면 거리에서 두 나무는 이제 구분하지 않을까 싶다.

느티나무 목재는 황갈색의 아름다운 무늬와 색상을 가지고 있으며, 결이 곱고 단단해 마찰과 충격에 잘 견딘다 하여 국내 나무 중에서 최상급 목재로 꼽히고 있다. 경북대학교 박상진 명예교수에 의하면 해인사 법보전, 화엄사 대웅전,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 부여 무량사 극락전의 기둥이 모두 느티나무로 만들어졌다.

느티나무는 가구재로도 널리 쓰였다. 영조의 아들로 불운한 생을 마감했던 사도세자가 삶을 마감했던 뒤주도 주로 느티나무로 만들어졌다. 악기, 조각재, 불상 조각에도 많이 사용되었다고 하니 목재로는 상당히 사랑받은 나무라 하겠다.

미션에 충실한 기업경영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느티나무 하면 한 여름에 멋진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이다. 여의도에있는 직장을 다니는 필자는 출퇴근을 할 때, 을지로 중소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내려 버스를 갈아타곤 하는데, 정류장 뒤에는 느티나무 네 그루가 서 있다.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좋은 그늘을 제공해 주었다.

중소기업들이 어려울 때 힘이 되고 그늘이 되어 주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은행이라는 점에서 그 자리에 잘 어울리는 나무라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실제로 그런 의미를 담아 심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은행 임직원들이 그 나무를 보면서 그런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것이다.

특히, 갑자기 돌아가셔서 많은 분들이 아쉬워했던 강권석 은행장 재임 시절, 경기 침체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많은 시중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회수하려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강 은행장은 "중소기업은행만큼은 오히려 대출을 더 늘려 주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그는 "비오는 날 우산을 씌워 줘야 할 때 우산을 뺐으면 안 된다"는 말도 자주 언급했다.

짧은 소견이지만 참으로 중소기업은행의 역할을 잘 표현하신 말씀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이렇듯 기업은 업(業)을 영위함에 있어 단순히 돈을 버는 목적과 동시에 사회에 어떠한 형태로든 기여를 해야 하는 미션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러한 미션이 잘 정의되어 있으면 그 기업의 구성원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더 큰 보람을 느끼게 되고 당연히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지식으로 산업사회를 선도하고, 존경받는 기업 구현에 이바지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여러 기업이 '존경받는 기업'이 되도록 돕고 그 과정에서 우리도 '존경받는 기업'이 되자는 뜻이다. 이러한 미션에 근거해서 우리나라 기업이 갖지 못한 혁신의 방법론들을 해외로부터 도입해 보급함으로써 지금의 경쟁력을 갖추는데 일조를 해 왔다고 생각한다. 특히, 소비자보다는 공급자가 우위에 있던 시절 국내 최초로 기업의 고객 만족도를 조사해 발표함으로써 기업들이 경영의 중심에 고객을 두게 만들었다.

1992년 처음 발표한 KCSI(Korea Customer Satisfaction Index)가 그것이다. 2004년 존경받는 기업 조사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시도를 했던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이었다. 이후 일하기 좋은 기업 조사를 통해 직원들이 비전을 가지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좋은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모든 것들이 회사가 가진 미션에 토대를 둔 일관성 있는 경영을 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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