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경영] 구상나무와 위대한 비전-下

김종운(한국능률협회컨설팅) 승인 2022.08.10 17:21 의견 0

▲부활의 기적을 부른다

기업의 비전을 말하면서 CEO의 꿈, 철학으로 다소 초점이 벗어나고 말았지만 결국 CEO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은 그 기업의 비전에 철저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

오래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고객만족'을 누구보다 강조한 신 회장은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의사를 하다 선친의 기업을 물려받아 경영에 참여했다.

그가 처음 경영을 하면서 가장 강조했던 것이 ‘고객 만족’이었는데, 그 논리는 매우 간결했다. 기업은 이익을 내야 하는데, 그 이익을 올바른 방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위 '마피아도 이익은 만들 수 있지만 마피아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이 다른 것은 바로 올바른 방법, 고객을 만족시키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으로 이익을 만들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는 논리였다.

그래서 자신들의 실적을 어필하려 보고하는 임원들에게 늘 이렇게 질문을 했다고 한다. "잘 알겠고 수고하셨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렇게 하면 우리 고객은 뭐가 좋아지나요?" 당연히 임원들은 그 답변을 준비해야 했고, 답변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고객에게 뭐가 좋아지는지를 고민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구상나무는 이식했을 때 뿌리를 잘 내리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구상나무 뿌리는 균근(菌根)을 형성해서 살아가는데, 뿌리의 흙을 털어 없애면 뿌리의 기능이 쉽게 약화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뿌리가 잘 내려야 튼튼히 자란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뿌리는 비전, 즉 본질적 역할에 있다. 본질적 역할이 비전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비전이 명확하고 튼튼해야 기업을 둘러싼 외부의 거센 바람 속에서도 그 기업을 꿋꿋이 지켜 낼 수 있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남의 것을 흉내 낸 비전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우리 조직 속에 단단히 뿌리내리기 힘들다. 남을 흉내 낸 비전은 뿌리에 붙은 흙을 털어낸 구상나무를 가져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비전은 기업을 이끄는 등불이다. 하지만 그 등불이 다소 잘못된 길에 세워져 있다면 올바른 길로 옮겨놓아야 한다. 앞에 소개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가 그렇다. 처음 세운 비전이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성장의 한계에 봉착했을 때 사티아 나딜라는 새로운 비전으로 등불을 세웠다. 그는 '사람들이 모든 디바이스를 보다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미션이다."라고 말했다. 그 새로운 등불은 기울어가던 마이크로소프트를 부활하게 만들었다.

구상나무는 젓나무와 같은 종류다. 젓나무 종류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인기가 높은 나무다. 크리스마스트리에 달린 아름다운 등불은 사람들이 보다 올바르고 가치 있는 길로 가도록 이끄는 힘이 있다. 장기 불황에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혹시 지금의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성장의 정체를 반전시키고자 고민하는 경영자라면 우리 회사에 멋진 구상나무 한 그루를 심듯 비전을 새롭게 정립해보면 어떨까? 어쩌면 우리 회사를 부활하게 만들 우리만의 멋진 크리스마스트리가 되어줄지도 모를 일이다. 마치 이 지구상에 우리나라에만 있는 구상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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