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외치는 기업들, G는 예외없이 낙제점

국내 산업군의 S&P ESG 지수 비교시 E,S 대비 G 낮아
국내 주식시장 저평가 이유는 지배구조 이슈 때문이라는 주장도
주주 의견 들으려면 지배구조 확립돼야

박소연 승인 2022.06.15 14:47 의견 0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E)·사회(S)에 비해 지배구조(G)에 대한 대책이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내 항공, 화학, 철강, 해운, 조선, 정유, 방산 업계의 매출 1위 기업을 대상으로 국제 신용평가 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발표하는 ESG 지수를 분석 결과 E와 S에 비해 G의 점수가 낮은 모습을 보였다.

S&P ESG 지수는 환경과 사회적 책무, 거버넌스 등에 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상장사 순위를 정하고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S&P ESG 지수에 따르면 국적사 대한항공의 경우 E는 40, S는 28점을 획득했으나 G는 상대적으로 한참 낮은 14점을 기록했다.

조선·해운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조선사 한국조선해양의 E, S는 각각 25, 34점이나 G는 8점으로 조사됐다. 컨테이너 선사 HMM은 E, S는 42, 28점이었으나 G는 그보다 낮은 20점으로 나타났다.

G 점수가 S와 엇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경우에도 E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국내 대표 철강사 포스코홀딩스는 G가 S와 동일하지만, E에 비해 14점 낮았다.

방산업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정유업체 SK이노베이션은 G가 S보다 1점 높았으나, E와는 큰 차이가 났다.

실제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국내 주식시장이 외면받는 이유 중 하나로 지배구조 이슈가 꼽힌다. 한국 사회는 주주의 권리나 이익을 온전히 지켜내기 어려운 기업 지배구조 후진국으로 분류된다는 평가다.

국내 기업들의 G가 취약한 이유는 총수 중심의 기업 경영 때문이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거버넌스(G)에 관심이 없는 것은 지배주주나 경영자들의 개인적인 이해관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G를 잘한다는 것은 총수들이 권한을 내려놓고 견제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G에 대한 개념은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이해 상충으로 기업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 강화, 이사회·감사위원회의 역할과 기능 정립, 사외이사제도 강화, 감사위원회 설치 등을 통해 기업가치 및 주주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최근에는 G에 대한 개념을 의사결정체계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S&P는 G에 대해 주권자의 정책 결정에서부터 이사회, 관리자, 주주 및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다양한 기업 참여자들의 권리와 책임 분배에 이르기까지의 의사결정체계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이사회 중심의 G에서 벗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합리적인 프로세스로서 이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

​김 교수는 "G가 중요한 이유는 지배구조가 잘 짜여져 있어야 주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업들이 최근 E와 S를 강조하는데 환경보호와 사회적가치 추구가 지나쳐서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 주주가 어느정도 이익을 희생하고 E와 S를 추구할건지 결정하는 것도 전적으로 경영자가 아닌 주주가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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