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함대] 러시아 흑해함대 침몰시킨 ‘넵튠쇼크’

흑해함대, 군함 ‘0’ 우크라이나에 10여척 괴멸
기함 모스크바호도 넵튠에 당해
'스틱스 쇼크' '엑조세 쇼크'급 화제

함태영(군사 칼럼리스트) 승인 2022.06.03 19:40 | 최종 수정 2022.06.07 09:17 의견 0

무적함대를 자처하던 러시아 흑해함대가 침몰했다. 군함이 단 한 척도 없는 우크라이나군에게 군함들이 속속 격퇴당하는 굴욕적인 상황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해군은 전쟁 이전 보유하고 있던 호위함(Hetman Sahaidachny, 전장 123m, 만재 3510톤) 1척을 스스로 바다에 가라앉히며 사실상 해전을 포기했다. 자신들의 군함이 적군에 나포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한 조치다.

충격적인 러시아 플래그십의 침몰

4월13일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Flagship)인 순양함 모스크바함(전장 186.4m, 만재 1만1490톤)이 침몰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모스크바호는 우크라이나군의 넵튠(Neptune) 대함미사일 2발을 맞고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과하는 있는 러시아 순양함 모스크바 (출처 로이터)

앞서 3월21일에는 러시아 해군의 랩터(Raptor)급 경비정(전장 16.9m) 한 척이 우크라이나 군이 발사한 대전차 미사일에 격침됐다.

같은달 24일에는 러시아 해군의 앨리게이터급 상륙함인 사라토프함(Saratov)과 로푸차(Ropucha)급 상륙함 2척이 우크라이나군에 당했다.

당시 우크라이군은 토치카(Tochka) 단거리 전술탄도탄으로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던 우크라이나의 항만도시 베르디안스크(Berdyansk)을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러시아 해군은 사라토프호가 침몰하고, 상륙함 2척이 파괴되는 피해를 입었다.

5월2일에는 러시아의 랩터급 경비정 2척이 우크라이나의 바이락타르(Bayraktar) TB2 무인기에서 발사된 레이저 유도 미사일을 맞고 침몰했다.

개전 후 약 3개월 동안 10여척의 러시아 함정이 우크라이나 해군이 아닌 육군과 공군의 공격을 받아 침몰하거나 작전 불능 상태가 된 것이다.

'스틱스 쇼크'가 발사한 '엑조세 쇼크'

러시아 군함의 침몰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미사일에 피격돼 격침됐다는 사실이다. 모스크바함은 아음속 순항미사일에, 사라토프호는 전술탄도탄에, 랩터급 경비정 1척은 대전차 미사일에, 다른 랩터급 경비정 2척은 무인기에서 발사된 레이저 유도 미사일을 피하지 못했다.

대함미사일이 해전에서 주목 받은 것은 1967년 발발한 제 3차 중동전쟁에서다. 이스라엘의 구축함인 에일라트함(전장 80.1m, 만재 2570톤)은 이집트의 코마르급(Komar class, 전장 25.4m, 만재 66.5톤) 소형 경비정 2척이 발사한 러시아제 스틱스 함대함 미사일(Styx, 탄두무게 454kg) 4발을 맞고 침몰했다.

에일라트함은 접근하는 미사일을 막기 위해 대공포화를 퍼부었지만 스틱스 미사일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2천톤급 대형 함정이 100톤도 되지 않는 소형 함정에서 발사된 미사일에 격침된 것이다.

‘스틱스 쇼크’라고 불리는 이 사건으로 대함미사일의 파괴력과 실전에서의 효과를 확인한 세계 각국은 대함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된다.

미국은 하푼(Harpoon) 대함미사일을 개발해 1970년대 후반에 실전 배치했고, 프랑스는 엑조세 대함 미사일을 1970년대 초 개발했다.

엑조세 미사일은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에서 벌어진 포클랜드 전쟁에서 위세를 떨쳤다. 이 전쟁에서 영국 해군의 최신예 방공 구축함인 HMS 셰필드함(전장 125m, 배수량 4820톤)이 아르헨티나 해군의 슈페르 에탕다르 전폭기가 발사한 엑조세 공대함 미사일 1발을 맞고 침몰한 것이다.

수천 억원에 달하는 고가의 대형 함정이 수십 억원 짜리 대함 미사일 한 발에 격침되는 ‘엑조세 쇼크’는 함정의 방공 무기체계 강화를 이끌었다. 창과 방배의 싸움은 함정 공격 무기와 함정 방어 무기의 발전을 가속화 시킨 것이다.

소프트킬과 하드킬
치명적인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한 현대 함정의 방어체계는 소프트킬(Soft Kill) 체계와 하드킬(Hard Kill) 체계로 구분된다.

소프트킬은 물리적 파괴 없이 적성 무기의 효과를 없애는 것으로 전자전(Electronic Warfare)과 대유도탄 기만체계를 사용한다. 전자전은 공격해오는 미사일의 전자장비나 미사일을 유도하는 레이다 시스템을 전자파로 교란(Jamming)해 미사일이 표적을 빗나가게 만드는 방어시스템이다. 대유도탄 기만체계는 채프(Chaff) 또는 플레어(Flare)를 발사해 미사일을 함정이 아닌 채프나 플레어로 유인한다.

채프는 전자파를 반사시키는 데 사용되는 얇고 좁은 모양의 금속성 조각이나 도금한 종이 또는 플라스틱 조각을 함정의 상공에 발사해 함정보다 더 큰 반사파를 발생시킨다. 플레어는 마그네슘을 태워 강력한 흰색 화염을 뿜어 적외선 유도 미사일을 유인한다.

소프트킬과 대비되는 하드킬은 공격해 오는 미사일을 대공미사일, 근접방어무기체계(Close In Weapon System, 일종의 고속기관총) 등을 통해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방어체계다. 함정의 대공레이다를 통해 적성 항공기와 미사일을 탐지, 추적하고, 미사일이 사정거리 안으로 접근하면 사격통제레이다를 목표물에 Lock-on(자동추적)시켜 함정에 탑재된 대공미사일과 근접방어무기체계로 요격하는 방식이다.

구축함, 순양함과 같은 대형함정은 장거리 대공미사일, 단거리 대공미사일, 근접방어무기체계를 통해 다층방공망을 형성한다. 최소 3번의 미사일 요격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실제 아군의 함정이 공격 받을 때, 소프트킬만 사용하거나 하드킬만 사용해 방어 하는 것이 아니라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두가지 방식 모두 사용해 적의 미사일에 대한 무력화를 시도한다.

미사일이 공격해 오면, 장거리 대공미사일로 요격을 시도하고, 요격에 실패하면 전자전 장비로 교란전파를 발사해 미사일을 재밍(Jamming)할 수 있다. 미사일이 항재밍 기능이 있어 재밍에 실패하면, 대유도탄기만장치를 발사해 미사일을 유인할 수 있다.

동시에 1분에 수천발의 탄환을 발사하는 근접방어무기체계를 사용해 마지막 요격을 시도한다. 한 두발의 미사일이 함정의 이러한 다층방공망을 뚫고 함정에 명중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수십 발의 미사일이 한꺼번에 하나의 함정을 목표로 접근해오면 아무리 최신 함정이라고 해도 방어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미사일 2발에 침몰한 흑해함대

러시아 당국은 모스크바함의 침몰과 관련해 원인미상의 화재가 모스크바함에서 발생했고, 이 화재가 유폭을 일으켜 함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기상악화까지 겹쳐 예인 중 침몰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자국의 넵튠 대함미사일이 모스크바함을 침몰시켰다고 주장한다. 미국도 모스크바함이 넵튠 대함미사일에 피격된 것을 확인했다.

넵튠 대함미사일은 1980년대 개발된 러시아 KH-35 우란 대함미사일을 우크라이나가 개량해 2021년 실전에 배치한 무기다.

이 미사일은 해면근접비행(Sea Skimming)으로 목표물에 접근하다 종말단계에서 비행고도를 더 낮춰 해면 5~10m의 높이로 목표물에 접근한다. 최고속도 마하 0.75(시속 900km로 여객기 순항속도와 동일), 사정거리 280km, 탄두중량 150kg의 아주 평범한 아음속 대함미사일이다.

모스크바함은 ‘함대방공함’답게 다층방공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2개의 3차원 대공레이다(Top Pair, Top Steer)는 183km 거리에 있는 레이다반사면적(Radar Cross Section) 2m2의 표적을 식별할 수 있다. (프랑스 라팔전투기의 RCS는 2m2, 스텔스 전투기 F-35의 RCS는 0.15m2다)

또 다중 표적과 동시 교전하기 위해 8개의 사격통제레이다를 탑재했다. 64발의 사거리 100km 장거리대공미사일, 40발의 사거리 9km 단거리대공미사일, 초당 3000발의 탄환을 발사하는 6대의 근접방어무기체계를 보유해 3중 방공망을 자랑한다. 전자전 장비와 대유도탄기만기도 물론 탑재하고 있다.
(그림 2. 모스크바함의 방공망)

모스크바함 피격 당시 미군의 포세이돈 대잠초계기가 주변을 날고 있었다는 사실에 비춰 모스크바함의 위치정보는 미국이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5월5일 미국 NBC는 모스크바함의 위치정보를 미국이 제공했다고 미국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지만, 미국정부는 공식확인을 거부했다)

당시 날씨는 좋지 않았다. 20노트의 강풍이 불고 있고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강풍으로 인해 파고는 2.5m 높이로 일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군은 바이락타르 TB2 무인기를 흑해 상공에 날려 모스크바함의 주위를 분산시켰다고 한다.

무인기로 기만하고 표적 탐지에 불리한 날씨와 높은 파도를 틈타 지상에서 넵튠 대함미사일 2발을 발사해 종말단계에서 5~10m의 해면근접비행으로 모스크바함의 방공망을 뚫고 명중시킨 것이다.

모스크바함이 넵튠 대함미사일을 탐지하여 방어를 시도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수십 발의 대함미사일이 공격해오면 교전능력의 한계로 피격될 수 있다고 해도, 단 2발 발사된 대함미사일에 함대방공 순양함인 모스크바함이 격침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향후 이 사건은 현대 전쟁사에서 ‘엑조세 쇼크’처럼 ‘넵튠 쇼크’로 불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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