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경영] 살아 천년, 죽어 천년...주목(朱木)을 주목하라 -下

김종운(한국능률협회컨설팅) 승인 2022.04.19 16:44 의견 0

▲성장하지 못하면 쇠퇴한다

주목의 짙은 초록색 나뭇잎과 붉고 달콤한 열매는 기업으로 보면 어떤 목적의식이 될까?

필자는 성장 전략과 가장 부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기업은 현재의 비즈니스가 잘 운영되고 있다 하더라도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찾아내고 개발해야 한다. 특히, 최근처럼 뉴노멀로 불리는 저성장 기조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 기업은 성장의 돌파구를 찾기가 더더욱 어려워진다.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은 곧이어 쇠퇴의 길로 접어들 우려가 있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면 그 안에 있는 구성원들 역시 성장할 수 없다는데 있다. 성장하지 못하는 구성원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결국 기업이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은 일시적인 어려움에 끝나지 않는다. 핵심 인재가 유출되고 그로 인해 다가올 미래도 준비할 수 없다.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든다. 따라서 경영자는 항상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 노력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우리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그 역량을 어떻게 확장해 나갈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기업의 성장 경로를 설정해야 하며, 그 바탕에는 고객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2015년 초 글로벌 가구 공룡 기업인 이케아(IKEA)가 한국에 진출했다. 이케아의 진출 이전부터 만약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하면 한국의 가구 기업들은 거의 고사할 것이라는 침통한 걱정이 팽배했었다.

이 때 이케아의 진출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고 실제 꽤 성공적인 모습을 보인 기업이 있다. 바로 부엌 가구로 유명했던 한샘이다. 한샘은 최초 부엌 가구로 시작을 했으나 가구에 대해 지속적으로 콘셉트를 부여하면서 거실로, 서재로, 안방으로, 화장실로 그 영역을 넓혀 왔다. 가구 제작에서 인테리어로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채널 역시 기존의 대리점, 판매점 채널에서 홈쇼핑이나 인터넷으로 발 빠르게 옮겨가면서 성공적인 행보를 계속 이어왔다. 자신들이 가진 핵심 역량(Core)에 기반을 두어 그 Core를 넓히고, 궁극적으로 새로운 Core를 창조해 내는 이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경영학에서는 성장 전략이라고 부른다. 특히, 한샘과 같이 자체 역량을 활용하고 확대해 나가는 방식을 내부 성장 전략 또는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이라고 표현한다.

반면, 배달의 민족, SK브로드밴드 등과 같이 근래에 언론에 많이 노출되고 있는 M&A와 같은 방식을 활용한 성장을 외부 성장 전략 또는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이라고 한다. 현재 기업이 처하고 있는 여건에 따라 어느 방식을 취할지는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의 성장 속도에 비해 우리 내부에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면 외부에서 성장의 동력을 찾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역량 측면에서나 더 나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승자의 저주’라고 불리기도 하듯 일부 기업들이 무리한 M&A로 인해 오히려 큰 위기를 초래하거나 몰락의 길로 접어드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 이 점은 주의할 부분이라 하겠다. 특히나 예기치 않은 코로나 팬데믹 같은 상황에서 HDC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되는 등 비유기적 성장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다.

경영을 맡은 이후 15년 연속 성장을 실현한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의 경영은 성장 전략을 검토하는 이들에게 모범적인 사례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차 부회장은 '유기적 성장'과 '비유기적 성장'의 조화를 통해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성장을 하는 저력을 보였다.

특히, 비유기적 성장을 위한 M&A에 있어 차부회장의 탁월한 안목과 실행력은 유명한데, 크게 세 가지 원칙으로 말하고 있다.

첫째가 대상 선정의 원칙이다. M&A는 안정된 기반에서 놀던 물 근처에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M&A에 뛰어들기 전에 기준부터 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자와의 경쟁에 따라 협상 금액이 널뛰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승자의 저주를 피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협상에 이르는 노하우를 말한다. 첫째 원칙과 비슷한 말일 수도 있는데, '계산된 배짱'이라는 표현을 썼다. 즉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미리 어느 정도 의사결정을 해놓고 상대방에게 딜이 성사될 거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시스템의 성공적 이식을 꼽는다. 실사 단계에서 이미 인수한 것처럼 실사를 한단다. 따라서 실사팀의 역할이 성패를 좌우할 뿐더러 인수가 확정되면 10일 안에 피인수 기업의 직원들과 공감하고 3개월 이내에 개선을 한단다. 놀라운 스피드다.

▲성장에는 내공이 필요하다

주목의 심재는 매우 단단하고 색깔이 붉은 색으로 예뻐서 목재로써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똑같이 붉은 심재를 지닌 향나무도 주목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오죽하면 라틴어 학명이 '탁수스 쿠스피다타'로 '뾰족한 잎을 가진 붉은 나무'로 붙여졌을까. 이 심재로 지팡이를 만들면 거의 굽어지지 않고 오래가기 때문에 그만이라고 한다.

굽어지지 않는 이유는 살아서 천년을 지내는 동안 수분이 증발하고 단단해 지기 때문이다. 소위 내공을 충분히 쌓았기 때문에 나무에서 목재로 형태를 달리해도 굽어지지 않고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다고 하겠다. 진한 잎은 앞서 말했듯이 햇빛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데, 다른 나무들이 쓰지 못하고 남은 빛을 모아 이용하면서도 멋진 품격을 잃지 않고 있다. 너무 풍족해서 탈이라고 하듯 과소비의 시대에 절약, 절제의 미덕을 말하는 듯하다.

이처럼 기업에서 성장 전략을 고민할 때도 과연 우리의 역량은 어느 정도인지, 우리의 재무 상태는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고민하고 판단하여 내공을 길러야 한다. 신중함과 절제를 갖추지 않고서는 어떻게 낭패를 당할지 모를 일이다.

바둑판의 재료가 되는 주목이다. 바둑은 치밀한 전략을 상징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주목이기에 바둑판의 재료가 되었다고 말하면 너무 과장일까. 기업의 성장 전략을 고민할 때 얼마나 치밀해야 하는지에 대해 주목이 대신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신비한 생명에서 심오한 경영의 지혜를 배워 볼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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