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경영] 인재는 아카시아처럼 뿌리내려야-하

김종운(한국능률협회컨설팅) 승인 2022.03.11 09:59 의견 0

경력직 사원의 단점 중심으로 얘기하다 보니 아카시나무에 대해 부정적인 방향으로 글을 적고 말았다. 그러나 아카시나무는 장점이 많은 나무다. 잘 썩지 않기 때문에 철도의 침목이나 말뚝으로 많이 쓰였다. 땅 속에서 오래 버텨야 하는 곳에는 참나무 등 다른 목재보다 더 적합했다. 실로 내실 있는 목재라 할 수 있다.


▲토착 vs 외래?...녹아드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대학교 이경준 교수가 임경빈 교수의 '나무백과'를 다시 엮은 '이야기가 있는 나무백과'에는 헝가리의 아카시나무 이야기가 나온다.

헝가리에서는 아카시나무를 매우 귀하게 여긴다고 한다. 국회의사당을 둘러싸고 높이 솟은 나무도 아카시나무란다. 그리고 그들은 헝가리에서 자라는 나무를 총 집계한 조림물량 분류에서 아카시나무를 토착 수종에 넣는다고 한다. 도입된 지 200년이 넘었고 헝가리 임업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 외래 수종으로 취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경력직 사원 역시 마찬가지다.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은 경력직 사원을 이단아 취급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신입이냐 경력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직에 적합한 인재인가가 중요하다.

특히, 기업의 경영자나 리더가 주의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하면 경력직 사원이 조직에 잘 녹아들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다. 흔히 경력직 사원이 들어오면 의욕 과잉으로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축구나 야구 경기에서 교체되어 들어간 선수가 큰 실수를 저질러 시합을 망치는 경우와 비슷하다.

아주대학교 김경일 교수는 저서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에서 교체선수가 패배의 원인이 되는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무언가 보여주기 위해 새 직장의 단점과 문제점을 찾는 데 집중한다. 전 직장과의 비교를 입에 달고 사니 새 동료들이 좋아할 리 없다. 사이가 벌어진다. 둘째는 그 반대다. 적응과 조화를 잘하려는 생각만 앞선다. 결과는 기존의 규칙과 관습을 익히는 데만 몰두하니 새로운 피를 수혈한 효과가 없다. 매우 일리 있는 설명이다.

이런 현상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김경일 교수는 역시 두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첫째, 당신의 능력을 발휘해 둘째, 우리도 몰랐던 우리의 장점을 찾아 달라고 요구하라고 조언한다. 이유인 즉, 첫째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장점에 집중해야 하며 둘째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조직과 새 동료들의 장점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매우 지혜로운 접근이다.


▲루키가 더 나을 수 있다
끝으로, 아카시나무에 대해 잘 못 전래된 이야기 하나를 바로잡고 마무리 지어야겠다. 아카시나무는 일제가 우리나라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심었다는 이야기이다.

워낙 생장이 빠른 데다 뿌리를 뻗으면서 자라는 나무다 보니 일제가 아카시나무로 조선의 산을 덮어 기운이 더 살아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나무 안에는 좋지 못한 독기가 있다는 말까지 있다. 그러니 국력을 총동원해서 없애버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어디서 유래했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말들은 모두 황당무계하게 퍼져 나온 이야기라 한다. 요즘 말로 '가짜 뉴스'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카시나무는 목재로, 꿀로, 조경수로 높이 평가받아 마땅한 나무다. 19세기 말에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다고 하는데 이제 가장 한국적이며 향기가 좋고 흰 구름 같은 꽃으로 마을을 감싸주는 나무가 되어 있다.

리즈 와이즈먼의 저서 '루키스마트'에는 기존 업무가 아닌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는 사람을 '루키'로 표현하면서 기존 인력보다 '루키'가 훨씬 더 나을 수 있음을 역설한다.

리즈 와이즈먼은 이 책에서 '경험은 교량 건설이나 발레 또는 피아노 연주처럼 안정된 분야에서 뚜렷한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불안정하거나 빠르게 진화하는 분야에서는 진전을 저해할 수 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할 때, 경험은 저주가 되어 낡은 행동 방식과 지식 안에 우리를 가둔다. (중략) 루키들은 축적된 지식에 안주하지 않고 학습의 힘을 활용함으로써 종종 최고의 성과를 올린다'고 했다.

비록 새롭게 시작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기술과 역량을 동원하는 능력이 있다면 더 큰 성과를 만들 수 있다.

새로운 환경에서 그 토양의 특성에 잘 녹아들며 뿌리를 뻗어나가는 아카시나무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나무들보다 더 큰 성장을 만들어 내는 모습도 이와 같지 않을까. 그러니 윤석중님의 동시 '고향땅'에서도 '고향의 나무'로 인정했으리라.

'고향 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 푸른 하늘 끝닿은 저기가 거긴가 / 아카시아 흰 꽃이 바람에 날리니 / 고향에도 지금쯤 뻐꾹새 울겠네'

김종운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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