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3일 정부의 형법상 배임죄 폐지 추진에 대한 논평을 통해 “경영자들의 사익추구행위를 조장하고, 주주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30일 발표한 ‘경제 형벌 합리화 방안’을 통해 형법상의 배임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과도한 경제형벌로 인해 민간의 창의적인 경제활동이 제약된다는 이유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배임죄는 기업인의 정상적 경영 판단까지 범죄를 몰아 기업 운영과 투자에 부담을 줘왔다”며 “이 때문에 배임죄 개선은 재계의 오랜 숙원이자 수십 년간 요구돼 온 핵심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럼은 “충분하고 실효적인 대체수단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성급한 배임죄 폐지발표는 과거의 배임행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미래의 배임행위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포럼은 배임죄 폐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포럼은 “정부는 배임죄가 민간의 창의적인 경제활동을 제약한다고 하였으나 지금도 선의의 경영자는 배임죄로 처벌되지 않는다”며 “지금의 배임죄는 경영상 판단을 무차별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신임관계를 배반하여 사익을 추구하는, 우리 사회가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불법행위를 처벌함으로써 기업과 주주를 지키는 수단이 되어 왔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또 “그동안 형사상 배임죄의 처벌은 경영자들의 사익추구 등 주주 권익 침해행위에 대한 중요한 통제 수단이 돼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임죄를 폐지하려면 배임행위에 대한 규제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대안 제시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지금 배임죄가 폐지된다면 남는 규제수단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뿐”이라며 “하지만 지금의 제도로는 배임행위를 민사책임으로 방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대표소송이 활성화되도록 제소요건이 되는 주식 소유 비율을 낮추고, 소송 제기 단계부터 소송비용을 회사가 부담하는 방안과 함께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포럼은 “정부의 이번 배임죄 폐지 발표는 소수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 이후 경영자들을 달래기 위한 목적이라는 의심도 받고 있다”며 “그러나, 배임죄 형사처벌은 주식회사 소수주주 보호와 맞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럼은 “지금 상황에서 경영자들의 배임행위를 규제할 수단이 사라지면 코스피 5000은커녕 더 깊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