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가 자사주를 이용해 4000억원대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국회의 3차 상법 개정이 임박하자 서둘러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소각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C는 자사주를 기초로 4300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총 발행주식의 9.9%에 해당하는 자사주 88만2300가 교환 대상이다. 교환가액은 시장 가격에 15% 할증을 적용하기로 했다. 발행 시점은 올 4분기다.

EB는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나 타사 주식을 기초로 발행해 투자자가 채권의 원리금 대신 해당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이다. 교환 대상 주식의 가격 상승 시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KCC가 EB 발행에 나선 건 국회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주를 소각하면 재무적 활용 가치가 완전히 없어지지만, EB를 발행하면 투자와 운용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KCC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는 전체 지분의 17.24%다. 이 중 9.9%는 EB 발행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소각(3.9%)과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3.4%)에 쓰여질 예정이다.

앞서 KCC는 지난 7월에도 보유하고 있던 HD한국조선해양 주식 205만4614주를 기초로 8827억6500만원 규모의 EB를 발행한 바 있다. KCC는 이 자금을 해외 자회사 MOM홀딩스의 유상증자 참여에 사용했다.

KCC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는 대신 EB 발행이라는 꼼수를 택했다는 소식에 시장에서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KCC는 전체 자사주(지분율 17.24%) 가운데 22.8%에 해당하는 약 3.9%만 소각하고, 나머지는 교환사채 발행(9.9%)과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3.4%)에 쓰겠다고 했다"며 "사실상 대부분의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유보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가 추진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의 자사주 의무 소각 조항을 피하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정부와 자본시장의 밸류업 정책과 반대되는 행보"라고 평가했다.

EB 발행 소식이 알려진 24일 KCC 주가는 전날보다 11.75%(4만9000원) 하락한 36만8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25일에도 12시06분 현재 전날보다 1.9%(7000원) 내린 36만1000원에 거래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