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사주 매각에 나선 코리아나화장품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각의 표면적인 이유는 ‘유동성 확보’지만, 여당이 추진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앞두고 현금화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로 인해 지배주주의 이익은 증가하는 반면, 소액주주들의 주주가치는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리아나화장품은 이날 보유중인 자사주 200만주를 처분할 예정이다. 처분 예정가격은 주당 2784원, 총 처분금액은 약 55억6800만에 이를 전망이다.
이번에 처분하는 자사주는 발행주식 총수의 5%에 해당된다. 코리아나화장품은 올 1분기 말 기준 24.5%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14.97%) 보다 10% 가량 많다. 최대주주인 유학수 대표는 5.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코리아나화장품은 이번 자사주 매각 목적을 ‘대출금 상환 및 기업 운영자금 확보’라고 밝혔다. 단기차입금 47억5000만원 상환하고, 나머지는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한 매각으로 읽힌다.
하지만, 단기차입금 만기는 2026년 3월로 아직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고, 재무상황도 급하게 자사주를 매각할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말 기준 코리아나화장품의 유동자산은 262억원, 유동부채는 136억원으로, 유동성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자사주를 제3자에게 처분해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코리아나화장품은 이번 자사주 처분 계획을 공시하면서 처분 대상자를 밝히지는 않았다.
여당이 상법을 추가적으로 개정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리 현금화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코리아나화장품 주가는 자사주 처분 계획이 알려진 24일 전거래일보다 3.46% 하락했다. 다음날인 25일에도 3.1% 하락한 284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자사주 매각을 결정한 코리아나화장품 이사회는 지배주주가 독점하고 있다. 이사회 멤버 3인 1명은 창업주인 유상옥 회장이고, 또 다른 1명은 유 회장의 첫째 아들인 유학수 대표이다. 유 대표는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대비해 기업들이 대응을 고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코리아나화장품 처럼 미리 매각해 현금화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