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소액주주 권리 강화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한 법 개정으로, 자본시장 활성화의 첫 단추가 채워졌다는 평가다.

국회는 3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등의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석 의원 272명 중 220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29명, 기권은 23명이었다. 이전 윤석열 정부에서 상법 개정에 반대했던 국민의힘 위원들도 표결에 참여했다.

앞서 민주당이 주도한 상법 개정안은 지난 3월에도 국회를 통과했지만,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폐기된 바 있다.

▲M&A, 대규모 투자 시 소액주주 이익 고려해야
이날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사가 M&A(인수합병)와 대규모 투자, 주식교환 등과 같은 의사결정을 할 때 총수나 지배주주의 이익 뿐만 아니라 소액주주의 이익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현행 상법에는 사내이사 감사위원 선출에만 이 룰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전환하고,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에 '전자주주총회'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거수기 이사회를 막고 소액주주의 입장을 대변할 이사를 뽑을 수 있도록 하는 '집중투표제'는 추후 공청회를 통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보유한 주식 수에 선임할 이사 수만큼을 곱해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사를 5명 뽑을 때 1주를 가진 주주는 5표를 행사할 있고, 5표 모두를 자신이 지지하는 한 후보자에게 몰아 줄 수 있다.
이사와 분리한 감사위원을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공청회를 신속히 열어 7월 임시회 내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코스피 5000?...자본시장 활성화 기대
정부와 민주당은 상법 개정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자본시장이 활성화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나라의 시스템이 정상화 되는 것만으로도 주식시장은 3000포인트를 넘어갈 것이고, 거기에 상법 개정 같은 적정한 정책이 제시되고 부정 경쟁요소를 확실하게 제거하게 되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논평에서 "(상법 개정은) 공정한 시장 경제를 만들어 가는 첫 걸음"이라며 "이재명 정부와 함께 코스피 5000시대로 나아가는 도약의 발판으로 만들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경제단체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제8단체는 성명에서 “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서막”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금융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1.21포인트(1.34%) 오른 3116.27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종가가 3110선을 웃돈 것은 2021년 9월27일(3133.64) 이후 약 3년 9개월 만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KB증권과 현대차증권은 향후 12개월 코스피 목표치를 각각 3700, 3600포인트로 상향 조정했다. 신한투자증권은 3분기 상단을 3500, 삼성증권과 하나증권은 하반기 상단을 각각 3400과 3700대로 올려잡았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서막을 여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 외에도 배당소득세, 상속세 개정,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세법 및 기타 제도 개선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상법 관련주들의 주가 하락 시에는 오히려 매수 기회로 판단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