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주가가 들썩이면서 상장사들이 계획했던 자사주 취득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주가가 오른 기업들은 예상보다 취득 가능한 주식이 줄어 주주환원 효과가 퇴색되는 모양새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한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은 예상보다 많아졌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와 HDC현대산업개발은 각각 자사주 52만 9285주, 42만 8300주를 취득 완료했다.

올해 3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사 들이겠다고 약속한 수량(HDC 70만주, HDC현대산업개발 52만8646주)의 75.6%, 84.2% 수준에 그쳤다. 자사주 취득에 들어간 자금은 각각 100억원이다.

두 회사가 자사주 취득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주가 때문이다. HDC 주가는 이사회에서 자사주 매입을 결의한 3월 25일 1만4300원에서 이달 25일 2만3650원으로 65.4%나 상승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같은 기간 1만9660원에서 2만4950원으로 26.9% 오르면서 자사주 1주당 취득 가액이 증가했다.

HDC 관계자는 “자사주 취득은 배당 가능 이익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주가 변동에 따라 갑작스럽게 규모를 늘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풍산홀딩스 역시 자사주 취득 예정 주식 수(15만 주) 대비 83.3% 수준인 12만4953주를 매입하는 데 그쳤다.

이사회 결의 직전 거래일인 4월 23일 2만7250원이던 주가가 이달 23일 5만1200원으로 두 달 만에 두 배 가까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최근 자사주 취득을 마친 JW중외제약과 코미팜 등 다른 상장사들도 주가가 갑작스럽게 오르면서 목표로 했던 자사주를 확보하지 못했다.

반대로 기아는 자사주 348만6055주를 매입할 계획이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39만7307주 많은 388주 3362주를 초과 취득했다.

이사회 결의일 전날인 3월 13일 종가 10만400원이던 주가가 이후 8만3000원까지 하락하는 등 부진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주가가 들썩이며 자사주 활용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이나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자사주 취득 계획 등을 밝힌 상장사들도 매입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 들어 주가가 강세인 SK·LG유플러스·제주항공·강원랜드·HMM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주가가 높을 때는 현금 배당을 선호하고, 반대로 주가가 저평가일 때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한다.

상장사 관계자는 “올해 증시 상황과 회사 주가 추이를 보고 자사주 취득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주주 환원 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으면 자사주 취득 시점 등을 미루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