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도입된 공정거래법상 대규모기업집단지정 제도가 그 동안 일관성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사회‧경제적 현실성을 충분하게 반영하지 못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3일 한국경영인학회가 주최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 심포지엄에서는 이 같은 지적이 쏟아졌다.
이웅희 한국경영인학회 학회장은 개회사에서 “이 제도가 4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시대적인 정합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인학회는 2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사진=한국경영인학회]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지인엽 교수(동국대 경제학과)는 “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제도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변화했는데, 그 기준이 정책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설정되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므로 제도설계에 있어 보다 과학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의 경우처럼 기업집단을 단일한 경제적 공동체로 보기 어려운 사례가 수차례 발생한 바 있으므로 이제는 동일인 제도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안태준 교수(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도 “현행 공시대상기업집단지정기준 내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기준은 지나치게 낮아 규제 대상기업집단의 수가 너무 늘어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위 규제자원의 효율적 사용 및 경제력 집중의 억제라는 규제목적의 실질적 달성 등을 위해서는 국민경제 차원에서 일반집중의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큰 소수의 상위 대규모기업집단에 규제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외국기업을 국내 상호출자 또는 순환출자 규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국제예양 및 국가 간 주권 존중의 차원에서 재고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에 나선 김윤경 교수(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는 “2024 년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시행에도 불구하고 오너의 친족 등이 계열사 경영에 관여하거나 자금거래를 하지 않을 경우 오너 개인 아닌 주력사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함에 따라 오히려 현실에서 국내기업을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상엽 교수(북경대 국제법학원)는 “유독 공정거래법과 실무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하여 확립된 법체제와 어긋나는 지점에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동거하는 가족 사이에서도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열람하는 것이 무리이거나 불법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인이 함께 동거하지 않은 수많은 동일인관련자의 개인정보를 취합하여 공정위에 제출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법제화하는 것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토론의 좌장을 맡은 권재열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적 현실만을 강조하면서 일관성 없이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운영하여 왔지만, 이제는 여기 저기서 문제점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으니 전폭적인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