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전경 (사진=한국국거래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로 코리아밸류업지수가 코스피지수의 두 배 이상 하락했다. 상호관세 영향권 아래 놓인 반도체와 자동차, 제약 등 종목이 해당 지수의 시총 비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종목들의 코스피지수 내 시총 비중은 4분의 1 수준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리아밸류업지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정책을 발표한 지난 2일 이후부터 전날(22일)까지 코스피지수의 두 배 이상인 3.12%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일 2521.39에서 지난 22일 2486.64로 1.38% 하락하는 데 그쳤다.

코리아밸류업지수의 하락 폭이 더 큰 이유는 미국 관세정책 영향권 아래 놓인 반도체, 자동차, 제약 등의 관련 종목 비중이 코스피지수의 두 배 이상이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기준 코리아밸류업지수에서 시가총액 상위 20위 종목의 코리아밸류업지수내 시총비중은 81.02%에 육박했다. 같은 종목의 코스피지수 내 시총비중은 절반 수준인 40.68%다.

이 가운데 반도체 관련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자동차 관련 종목인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제약 관련 종목인 셀트리온의 코리아밸류업지수 내 비중만 57.05%를 차지했다.

해당 종목의 코스피 내 시총비중은 28.64%에 불과하다.

이달 들어 22일까지 해당 종목들의 하락 폭은 삼성전자 -6.46%, SK하이닉스 -11.78%, 현대차 -6.55%, -기아 6.87%, -현대모비스 7.84%, 셀트리온 -9.84%에 이른다.

이와 관련 iM증권은 “반도체의 경우 상호관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추후 관세부과 가능성이 높다”며 “제약/바이오의 경우도 상호관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지난 9일 오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관세 적용 계획을 발표해 추후 관세부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역시 상호관세 영향이 있다”며 “한국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에 판매하는 물량의 비중은 지난해 연간 기준 현대차 66.6%, 기아 47.4%로 단기적으로 피해강도가 가장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코리아밸류업지수가 우리나라의 대표적 종목으로 구성돼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코리아밸류업지수는) 한국의 대표 종목을 너무 많이 편입하며 무난하게 구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주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어 관세정책만 가지고 경기에 민감한 지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은행주와 같이 진짜 밸류업을 발표하고 밸류업을 순수하게 추구하는 회사만 지수로 구성해야 하는데 삼성전자와 같이 밸류업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회사가 편입돼 일어난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밸류업 관련) 전체 투자가들은 기대수익률 중 배당에 큰 비중을 두기 때문에 진짜 밸류업을 시행하는 회사로 지수를 구성했다면 외부 이벤트에 별로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