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 17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제2025-5호>를 통해 “주주환원 확대는 기업가치 제고에 일정 부분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투자활동이 기업가치 상승의 핵심 요소”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에서 강조되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이 실제로 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국제비교 및 실증분석을 통해 정밀하게 분석했다.
◆ “韓 기업가치, 성장성과 안정성 대비 여전히 저평가”
한국은 매출 성장률과 부채비율 측면에서 선진국 대비 양호한 성과를 보였으나, 시가총액 대비 자본비율(PBR)과 토빈의 Q 등 핵심 지표에서는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의 PBR은 1.4에 불과해 미국(4.2), 인도(5.5) 등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또한 주주보호 점수와 유동주식 비중도 글로벌 평균에 비해 낮아, 기업의 지배구조 취약성과 함께 낮은 주주환원율이 기업가치 저평가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주주보호 수준이 높을수록 기업들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반면, 현금성 자산 보유 규모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일반주주의 권익이 강화되면, 기업이 불필요한 현금 유보보다는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택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대로 주주보호가 취약한 기업은 경영진의 재량에 따라 현금을 사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 “주주환원, 기업가치 상승과 양의 관계…하지만 한계도 있어”
분석에 따르면 주주환원은 전반적으로 기업가치와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며, 특히 주주보호가 취약한 기업에서 그 효과가 더욱 뚜렷했다. 그러나 대규모 자본적지출이 요구되는 산업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예컨대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IT산업에서는 자본투자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효과가 주주환원보다 더 강하게 나타났고, 금융업에서는 주주환원이 기업가치 상승에 더 효과적이었다.
김선임 한은 국민소득총괄팀 차장은 “주주환원 확대는 특히 주주보호가 미흡한 기업에서 기업가치 제고에 효과가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활발한 투자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선 주주환원 확대와 함께 투자계획의 공시 활성화, 기업 지배구조 개선,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자금활용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