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금감원이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규정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 일각에서 제기한 "해외에 없는 입법례"라는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해외투자자들이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건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자본시장을 운영해달라는 의미"라며 "해외에 없는 규제를 굳이 도입하자고 왜 얘기하겠느냐"고 말했다.

금감원은 주주가치 보호 관련 해외 입법례를 담은 보도참고자료도 재배포했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에 자본시장 현안에 대한 공개토론을 제안했지만 별다른 응답이 없는 가운데, 일부 언론과 재계에서 잘못된 해외 사례를 인용하고 있다며 사실관계 바로잡기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은 먼저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이 주주에 대한 이사 책임을 규정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해당 법은 회사와 주주 모두를 이사의 충실의무 보호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위반 시 책임 면제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테슬라-솔라시티 합병 당시 일론 머스크를 상대로 제기된 충실의무 위반 소송 사례를 언급하며, 주주가 직접 권리당사자로서 소 제기 가능한 구조임을 강조했다.

또한 36개 주에서 채택된 미국 모범회사법(MBCA)은 강제력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각 주 법원이 해석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영국과 일본의 사례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영국 법원이 판례를 통해 '주주가 취약한 지위에 놓일 경우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의무가 우선된다'고 판시하고 있고, 일본도 판례와 정부 지침에서 합병 등 자본거래에 있어 주주 보호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한국은행의 실증분석을 왜곡했다는 지적도 내놨다. 반도체·IT 산업의 경우 주주환원이 기업가치에 뚜렷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분석을, '주주 보호가 기업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주장으로 오해했다는 것이다.

이복현 원장은 상법 개정안에 대한 헌법상 원칙 위배 우려에 대해선 가이드라인 제정과 법원 판례를 통해 보완이 가능하다고 했으며, 제도 개선을 원점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은 “(자본시장법과 비교해) 어떤 법안이 낫냐보다는 이미 통과됐으니 지금 상황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노무현 정부 때 동북아 금융허브정책을 추진했고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가 경제부총리를 맡았고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증권제도 주무과장이었다"며 "한덕수-최상목 체제에서 조차 주주가치가 성립되지 않으면 '제갈공명이 와도 안될 것'이란 반응이 있고 나중에 자본시장법 개정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한국 정부는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원장은 기본적으로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선 자본시장법 개정이 보다 현실적이지만, 지금까지 추진해온 제도 개선 절차를 원점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미국 등에선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민사상 통제를 하는데 한국에선 이사회에서 벌어진 일을 가지고 형사처벌을 한다”며 “이에 대한 방지장치를 마련하거나 최소한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실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금감원장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이 원장은 “저희가 재의요구권 행사와 관련한 공식자료를 만드는데 이번 주 중 총리실, 기획재정부, 금융위 등에 보낼 것이고 기회가 되면 국민들께 설명드릴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에 무조건 도움이 되는데 단기적으로 생기는 부작용을 어떻게 치유할지를 다루며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