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서영석 국회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나경)
제약업계와 학계가 의약품 가격 조정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운영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현재는 개별 의약품마다 수시로 가격이 조정되는데, 이를 정기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개선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가격을 직접 통제하기보다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제약사와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주최로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에서 학계와 정부, 제약업계는 최근 정부가 논의 중인 ‘실거래가 조사 약제 상한금액 조정(이하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 개선과 관련된 의견을 나눴다.
앞서 정부는 4000여 품목의 실거래가 약가인하를 시행한 지 약 5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 개선방안 논의를 시작했다.
실거래가 약가인하제도란 요양기관이 보고한 약품별 실거래가를 약가에 반영해 의약품의 상한가를 사후 조정하는 제도다.
최윤정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약가 규제 제도는 생태계 구성원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구성원들은 전략과 행태를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 제도의 설계와 도입은 환자와 의사, 제약회사의 유인구조와 행태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러면서 “건강보험 아래에서 의사나 기관은 약가에 이해관계를 갖지 않는다. 사실상 제약사의 대응 영향이 크다”며 “약가인하에 노출된 제약업체는 급여 전문의약품 중 인하 제외 대상 품목군의 생산 비중을 증가시켰다. 이는 약가인하 목적 중 하나인 건강보험재정 부담 완화가 아닌, 오히려 재정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가격 통제보다는 행태 통제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며 “기업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충분한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유승래 동덕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2024년 기준 한국 기업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3233개다. 이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숫자”라며 “보령제약의 카나브, HK이노엔의 케이캡,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유한양행의 렉라자, 한미의 롤론티스 등 국내개발 신약의 글로벌 수출도 눈부시다. 한국이 지속 가능한 제도를 보유한다면 이러한 성과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교수는 “유럽의 경우 1986~2004년 유럽연합(EU)의 가격 통제정책으로 의약품의 소비자 가격이 낮아졌으나, (부작용으로) 46개 신약 개발이 중단되고 1680개의 연구개발(R&D) 일자리가 감소했다. 약가가 10% 상승했을 때 R&D 투자가 6% 증가했으며, 반대로 약가가 10% 하락했을 때 벤처캐피탈(VC) 투자가 14% 감소하는 등 유럽 정체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에 주요한 약가 사후관리 제도에는 8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사용량-약가 연동제(약가협상) ▲사용범위 확대 약가인하 ▲특허만료 성분의 약가 재산정 ▲기등재약제 가산약가 재평가 ▲유통질서위반 약제 약가인하 등 5개는 상시 관리 제도”라며 “대부분의 사후관리 제도가 상시(매월) 발생함에 따라 제약사와 요양기관의 예측 가능성과 정산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일정 주기로 몰아서 하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상시적이고 반복적인 인하방식 등을 개선하고, 수요자와 공급자의 참여유인, 공급품질 연동 등을 위해서는 ‘약품비 환급 제도’를 활용한 종합적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며 “개별 약제, 단위 약가, 직접적 인하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약품비 환급 제도’는 개별 약제 단위에서 표시가와 실제가로 각각 약가(환급률)를 계약하거나, ‘전체 약제관리 단위’에서 적정 성장 및 기대매출/수익에 대한 관리 협약을 맺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표시가는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유통가격으로 외국에서 참조되길 희망하는 가격으로 표시된다. 반면, 실제가는 대외 비공개 영역이며, 정부와 제약사 간 계약에 의해 사후에 정산되고 환급되는 가격이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는 단일 공적보험 시스템으로 급여목록과 상한금액표를 매월 개정해 약가 투명성과 명확성이 높다. 이는 국외에서도 확인이 용이해 다국적사의 한국 진입뿐 아니라,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 시 수출 대상 국가와의 가격협상 면에서도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노현홍 회장도 학계의 입장에 깊이 공감했다.
노 회장은 “제약바이오산업계는 정부가 발표한 ‘2027년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2개 창출을 통한 6대 제약강국 도약’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강점인 제네릭과 개량신약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 이뤄지고, 이를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생태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혁신신약 창출을 통한 국가 경쟁력 확보와 건강보험 재정 관리라는 자칫 상반될 수도 있는 두 가지 목표가 균형을 취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이 잘 조율되고 예측 가능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예전보다는 균형 있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조하진 보건복지부 행정사무관은 “정부 입장에서 보면 약제급여는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로 지급되는 것이다. 임상적 유효성과 효과성이 더 나은 부분을 선정기준과 평가방법에 담을 수밖에 없다. 모든 정책의 목표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조 사무관은 “정부의 정책 방향이 과거에는 사실 재정 절감, 지속가능성에 치중됐었다. 하지만 코로나를 겪으며 의약품 수급 불안정의 문제, 의약품 자급 등의 문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국내 제약사에 대한 지원 기준을 설정하는 부분은 조심스럽지만, 국내 계약 의약품의 자급, 수출 지원 정책 등 목표를 충분히 공감하고 담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