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신년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향한 거래소 핵심전략’을 발표했다. (사진=김나경 기자)
대체거래소 출범을 한 달 앞두고, 한국거래소가 대대적인 개혁을 선언했다. 기존 밸류업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수익성 보완, 투자자 신뢰 제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신년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향한 거래소 핵심전략’을 발표했다.
정 이사장은 “다음 달 4일 대체거래소(ATS) 출범으로 자본시장에 본격적인 시장경쟁 환경이 도입된다. 한국거래소는 불확실한 자본시장 환경을 도전의 기회로 삼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하기 위한 4대 핵심전략과 12대 과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ATS 설립으로 한국거래소의 수익모델이 일정 부분 축소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에 대한 보완과 방지책으로 미래사업본부를 만들었다. 위탁매매 중개 수수료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 이사장은 4대 핵심전략으로 ▲자본시장 밸류업 달성 ▲미래 성장동력 확보 ▲투자자 신뢰 제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내세웠다.
각 핵심전략 별로 추진 과제 3가지도 제시됐다.
우선 자본시장 밸류업 달성 부문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의 확고한 정착을 위해 정책 지원을 확대한다. 매년 5월에 진행되는 밸류업 우수기업 선정과 표창에서 지정감사 유예 가점, 밸류업지수 우선 편입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자산총액 5000억원 미만의 120여 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기업 간담회와 컨설팅도 확대한다. 밸류업 펀드 투입 금액도 기존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증대했다.
또한 글로벌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 노력한다. 지수사용권을 개방해 한국물 지수 파생상품의 해외 상장을 허용한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 올 상반기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 해외 사무소를 개소하고 해외 마케팅도 강화한다.
파생상품 투자자의 편익도 높인다. 오는 6월부터 KRX 대표 파생상품 10종의 야간거래(18시~익일 6시)를 도입한다. 야간시간대 리스크 헤지와 익일 증시 상황 예측, 역외시장으로의 유동성 유출 방지 효과를 노렸다.
정은보 이사장은 “6월 야간거래 시작과 함께 지수 해외 개방을 시작하려 한다”며 “지수 해외 개방은 초기 단계인 만큼 야간시장에서만 개방해 과도한 충격을 흡수할 생각이다. 이후 중장기적으로 여건을 보며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가란 기본적으로 향후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다. 앞으로 기업이 얼마나 돈을 벌거냐에 따라 현재 주가가 형성된다”며 “하지만 삼성전자가 얼마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이차전지가 중국에 추월당하지 않을지, 철강·화학 등 산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을지 등 제조업 상장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이 주가를 박스권에 머물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수익성을 기초로 주가를 평가했을 때, 선진국에 비해서도 20~30% 디스카운트됐다는 일반적인 평가가 있다”며 “개념적으로 기업의 미래 혁신투자와 디스카운트 부분 중, 우선 디스카운트 된 부분을 해소하자는 게 밸류업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그런 점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상당히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며 “작년 상장기업들이 주주친화적 노력을 많이 했다.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도 역사상 가장 큰 폭이다. 국제 경쟁 환경에 영향을 받는 산업은 주가 변동이 밸류업에 의한 것인지, 개별 회사의 경쟁력에 의한 것인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국제 경쟁과 별도로 진행돼 밸류업 성과를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은행의 경우, 어떤 산업보다도 주가가 많이 올랐다. 전적으로 밸류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와 인식이 변화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미래성장동력 확보 부문에서는 해외사례를 참고해 인덱스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 IT 인프라를 수출하기 위한 조직 역량도 강화할 예정이다. 데이터 및 인덱스 사업부문에서 인공지능(AI)시대에 부합하는 데이터 생산·관리·유통체계도 구축한다. 또한 혁신 지수 라인업을 확대해 ETP 해외시장 상장 등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한다. 오는 10월 KOFR(국내무위험지표금리)-OIS 청산을 개시하고, 코스닥 150 위클리옵션을 상장하는 등 주식파생상품을 확대한다. 배출권 선물 상장도 추진한다.
투자자 신뢰 제고 부문에서는 기업공개(IPO)와 상장폐지의 허들을 높인다. 또한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SDS)으로 불법 공매도 규제를 강화한다. 새로 설립되는 ATS와 통합 시장관리체계를 구축해 거래의 효율성과 안정성도 높일 계획이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 부문에서는 글로벌 신사업 진출 확대, 글로벌 세일즈 역량 강화, 영문공시 등 글로벌 스탠다드 공시체계 확립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IPO제도 및 상장기업 관리 문제는 많은 이해관계자의 관심 사항이다. 기본적으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IPO제도와 상장폐지 제도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IPO나 상장폐지의 매출 기준 금액 등을 상향시키는 것은 (기업에 상장) 제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상장기준을 충족할 경우 빠르게 상장 결정을 가능하게 해주고, 불충족 된다면 상장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빠르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자와 기업이 불확실성에 놓이지 않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는 “상장에 대한 희망 고문을 해서는 안 되고, 상장폐지와 관련해서도 여러 이해관계자의 불합리한 요구와 시위 등으로 인해 원칙을 훼손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