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나금융지주)

하나금융그룹이 연초부터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했다. 이는 시가총액의 2% 수준으로, 지난해 주주환원의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의 하락을 방어한 데서 기인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앞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위주의 주주환원으로 주식 수를 줄여, 주당 배당금을 높이는 효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전날(4일) 지난해 역대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연간 연결 기준 순이익은 3조7388억원이다.

특히, 강달러 상황에서도 주주환원의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의 하락을 방어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원달러환율은 1470원으로 1년 만에 180.6원 상승했다. 이 가운데 150.5원은 지난해 9월 말에서 12월 말까지 3개월 만에 올랐다.

통상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CET1 비율이 0.0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대략 계산하면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예상 CET1비율은 전년동기(13.22%) 대비 0.36%포인트 하락한 12.85%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보통자본비율(CET1)은 13.13%로 전분기대비 0.04%포인트, 전년동기대비 0.09%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강재신 하나금융그룹 CRO는 “지난해 상반기는 위험가중자산(RWA)보다 성장 위주로 운영했다”며 “그러나 이후 CET1 비율 하락에 대한 부담을 상당히 느껴, 3분기부터 자산관리의 질적인 부분에 그룹 전체가 집중했다. 저수익 여신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수익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4분기에는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이 높은 부분으로 자산을 취사선택하도록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증권과 저축은행 등 당기순이익이 적은 회사는 당초 계획한 RORWA 목표보다 0.3%포인트 낮은 성과를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CET1 비율은 금융사의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주주배당 여력이 높은 편이다. 보통주자본(분자)를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으로, 이익이 늘어 보통주자본이 증가하거나, 자산위험도가 낮아져 RWA가 줄어들면 높아진다.

강 CRO는 환율 관련 위험가중자산에 관해 “원달러 환율 10원당 RWA는 7000억~8000억원 정도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그룹은 CET1 비율 방어에 성공하며 지난해 연말 잠시 멈춰뒀던 주주환원 액셀에 다시 힘을 주기 시작했다.

박종무 하나금융그룹 부사장은 “지난해 연말 마무리하지 못한 531억원 규모의 여분 자사주매입을 올 1월 완료했다. 이는 올해 주주환원율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4 사업연도 기말배당으로는 주당 1800원을 결의했다. 지난 3분기까지 지급된 배당금 포함 2024 사업연도 총 배당금은 전년대비 27.2%(200원) 증가한 3600원이다.

이에 따른 2024년 예상 주주환원율은 전년대비 4.8%포인트 증가한 37.8%다.

올해는 연초부터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소식을 알리며, 주주환원을 확대 의지를 보였다.

하나금융그룹은 오는 3월부터 9월까지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선다. 이는 시가총액의 2.3%인 675만 주 규모로 당기순이익의 10.7%에 이른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상반기 중 4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완료한 이후, 하반기에도 그룹의 경영실적, 주가 등을 감안하여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룹은 향후 주주환원정책을 현금배당 중심에서 자사주 매입·소각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주주환원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분기별 균등배당 정책을 도입한다. 연간 현금배당 총액을 4등분해 매 분기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박종무 하나금융그룹 부사장은 “추가적인 주주환원 확대는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달성할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주식 수가 점차 감소함에 따라 주당 배당금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주주들은 매 분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