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10년 가까이 이어진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났다. 재계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지난 3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총 19개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 대해 1심에 이어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13명도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회장 외 13명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사내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2020년 9월 기소됐다.

당시 그룹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주회사 격인 합병 삼성물산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제일모직의 주가는 올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낮추기 위해 이같은 부정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3년 5개월에 이르는 심리 끝에 지난해 2월 이 회장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어 지난 3일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번 판결로 이 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 의혹에서 벗어나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상고하더라도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재계의 관심은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에 쏠리고 있다.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미등기임원인 이 회장은 오는 3월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한다면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이 회장은 2016년 10월 등기임원에 올랐으나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2019년 연임 없이 임기를 마쳤다. 이후 2022년 회장 취임 이후에도 미등기임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등기이사는 회사에 대해 광범위한 법적 책임과 의무를 지기 때문에 책임경영 측면에서 중요하다. 등기이사는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인사 등에 결정권을 가지지만, 미등기이사는 원칙상 이사회에 참여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회장은 총수 및 회장이라는 지위를 통해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다. 등기이사로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 전반에 나설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에서 비판이 따른다.

전문가들은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이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 사내이사는 한종희, 노태문, 박학규, 이정배 총 4인이다. 한종희 부회장을 제외한 3명의 임기는 올해 3월 만료될 예정이기 때문에, 인사 변동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정관상 3~14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는 만큼 이 회장이 포함된다고 해서 문제될 여지는 없다. 현재 삼성전자의 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포함해 총 10명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이어진 최고경영자의 사법 리스크 해소로 향후 삼성전자가 불확실성 완화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재용 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 복귀로 책임경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삼성전자 중심의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