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보험사들의 2024년 4분기 실적이 ‘어닝쇼크’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때 이른 폭설과 독감 유행으로 보험금 청구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현대해상의 순이익은 적자전환되고, 삼성생명과 동양생명의 순이익도 전년동기대비 반토막 날 전망이다. 실적 방어에 성공한 보험사 역시 시장 기대치보다는 낮은 순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9일 KB증권, 대신증권, BNK투자증권 등 다수 증권사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들의 작년 4분기 실적합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며 전년동기대비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내린 때이른 폭설로 교통사고가 늘고, 12월에는 독감이 유행하기 시작해 보험금 청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2023년에는 12월 중순에야 적설량 1cm가량의 첫눈이 내리고 연말에야 10cm 수준의 눈이 쌓였던 것과 달리, 지난해에는 11월 말부터 적설량 20cm에 가까운 눈이 내렸다.
이로 인해 교통사고가 늘었으며, 대형손해보험사 4곳(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의 지난해 11월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2.4%로 전년동기대비 6.1%포인트 증가했다.
독감환자도 크게 늘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집계된 인플루엔자 환자 수는 201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예상했던 보험금과 실제 발생한 보험금의 차이(예실차)도 커질 전망이다. 예상보다 실제 보험금 지급 금액이 많으면, 해당 금액만큼 비용으로 반영돼 이익이 줄어든다.
증권업계는 작년 4분기 보험사 순이익 합이 전년동기대비 40% 가까이 감소할 수 있다고 봤다.
강승권 KB증권 연구원은 “6개 보험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삼성생명·한화생명·동양생명)의 2024년 4분기 합산 순이익은 6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9.0% 감소할 전망”이라며 “손해보험 3사와 생명보험 3사의 합산 순이익은 3000억원으로 각각 전년동기대비 30.9%, 45.5%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계약 판매는 우수했지만, 연금보험지급률 가정 변경에 따라 손실부담계약 부담이 증가했으며, 예실차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늘어 보험손익이 악화될 것”이라며 “금리 하락 폭 축소로 지난 2023년 대비 채권평가이익의 기여도도 축소됐다. 경험조정 및 무·저해지 상품 관련 계리적 가정 변경으로 계약서비스마진(CSM) 감소 폭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로 인한 CSM감소와 금리 하락에 따라 지급여력비율(K-ICS)도 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해상은 어닝쇼크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점쳐진다.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전환될 뿐 아니라, 2024사업연도 배당도 없을 것란 관측이 나온다. 새 회계기준인 IFRS17 적용으로 K-ICS가 하락해 책임준비금 부담이 커진 데 더해, 어린이보험 비중이 높아 호흡기 질환 청구가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해상의 작년 4분기 순손실 전망치는 대신증권 790억원, KB증권 584억원, BNK투자증권 360억원 등이다.
삼성생명과 동양생명의 실적도 반토막이 예상된다.
삼성생명의 작년 4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KB증권 1842억원, 대신증권 2960억원이다. 각각 전년동기 대비 58.7%, 39.4% 줄어든 수치다.
KB증권은 “연금보험의 지급률 상승을 반영하여 예상된 미래 현금흐름(손실)을, 손실부담계약비용(약 3500억원)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은 동양생명의 작년 4분기 순이익 역시 전년동기대비 절반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KB증권의 작년 4분기 동양생명 순이익 전망치는 전년동기대비 57.3% 줄어든 334억원이다.
DB손해보험과 한화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도 전년동기대비 20% 넘게 쪼그라들 전망이다.
작년 4분기 DB손해보험 순이익 전망치는 KB증권 1944억원(전년동기대비 25.5% 감소), 대신증권 1990억원(전년동기대비 23.9% 감소), BNK투자증권 2384억원(전년동기대비 8.7% 감소) 등이다.
BNK투자증권은 작년 4분기 한화손해보험의 순이익도 29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1.4%가량 줄어들 것이라 내다봤다.
예실차가 커지며 실적 성장이 예상되는 보험사들도 성장 폭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B증권은 한화생명에 대해 “작년 4분기 별도기준 순이익은 887억원으로 컨센서스(전망치)를 18.7% 하회할 전망이다. 전년동기대비 131.3% 증가한 수준”이라며 “원인은 지난 2023년 반영된 연금보험 관련 손실부당계약 비용 부담(1850억원)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삼성화재의 실적 전망치도 실망스럽다.
대신증권은 “삼성화재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1980억원으로 컨센서스를 46.3% 하회할 전망”이라며 “자동차보험 적자 폭이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며, 무·저해지 가정 관련 CSM 조정은 1000억원 내외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증권업계에서 예상하는 작년 4분기 삼성화재 순이익은 대신증권 1980억원(전년동기대비 12.9% 증가), BNK투자증권 1822억원(전년동기대비 4.0% 증가), KB증권 1789억원(전년동기대비 2.1% 증가) 등이다.
기대 이상의 실적이 예상되는 보험사는 메리츠금융지주가 유일하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메리츠금융지주의 2024년 4분기 연결기준순이익은 4080억원으로 컨센서스를 상회할 전망”이라며 “예실차, 손실부담계약 관련 영향에서 경쟁사와 달리 자유로우며, 증권에서도 충당금, 감액손실 부담이 완화되고 기업금융(IB) 실적이 회복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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