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몸값 문제로 기업공개(IPO)를 또 연기했다. 이번이 세 번째다. 시장은 케이뱅크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요구하는 내부수익률(IRR) 8% 이상 수준의 공모가가 다른 은행 대비 고평가됐다고 평가한다. 원하는 몸값을 받기 위해서는 시장 눈높이에 맞는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줘야 하지만, 약속한 상장 시기가 일 년여밖에 남지 않아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8일 올해 초 재추진하기로 했던 기업공개(IPO) 계획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상장예비심사 유효기간 만료일인 오는 2월 28일 이후 상장을 재추진한다면, 케이뱅크의 상장 시점은 내년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통상 상장 준비부터 신규 상장까지는 1년~1년 6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이뱅크가 상장을 연기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매번 몸값에 발목을 잡혔다.
케이뱅크는 상장 첫 시도인 지난 2022년 시가총액으로 8조원을 기대했지만,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 영향으로 기대 시가총액까지 4조원 수준으로 떨어지자 돌연 상장을 철회했다.
이후 지난해 8월 예비심사 승인을 받고, 10월 기대 시가총액을 최대 5조원 수준으로 낮춰 상장을 재추진했지만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 실패하며 두 번째 상장 시도도 무산됐다.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희망밴드 하단인 9500원보다 낮은 가격에 주문을 넣었다.
당시 케이뱅크는 증권신고서에서 희망공모가액을 9500~1만200원으로 정했다. 총 공모액은 7790억~9840억원이며, 희망공모가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3조9586억~5조3억원이다.
이에 케이뱅크는 올해 초 몸값을 낮추더라도 상장을 완수하려고 하였으나, 재무적투자자(FI)들의 반대로 또 한 차례 상장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은 케이뱅크의 몸값이 고평가됐다고 판단한다. 이미 상장된 은행들보다 경영지표가 낮음에도, 실질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이들보다 높게 형성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케이뱅크가 기대하는 실질PBR(주가순자산비율)은 1.69~2.04배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의 PBR 0.34~0.56배뿐 아니라, 인터넷은행 업계 1위 사업자인 카카오뱅크의 PBR 1.61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반면 케이뱅크의 수익률은 이들 은행보다 낮은 상태다.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자산수익률(ROA)은 국민은행 0.60%, 신한은행 0.57%, 하나은행 0.70%, 우리은행 0.54%다. 카카오뱅크의 ROA도 0.44%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케이뱅크의 ROA는 0.07%에 그쳤다.
다른 은행 대비 건전성도 좋지 않다.
지난해 3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21~0.37%, 카카오뱅크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4%로 집계됐다.
케이뱅크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이들의 두 배 이상인 0.84%였다.
향후 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나온다. 법원이 오는 31일부터 미래등기시스템을 도입해, 다음 달부터 주택구입 목적의 비대면 주식담보대출(주담대)이 불가능해지면서다.
대면 서비스가 불가능한 인터넷 전문 은행의 경우 주택구입 목적의 주담대가 전면 중단된다.
주택담보대출은 가치가 안정된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받아, 차주의 상환 불능 상황에서도 담보 처분을 통한 대출금 회수가 가능해, 다른 대출 상품 대비 부실위험이 낮고 안정적인 대출로 간주된다.
주담대는 케이뱅크의 성장을 이끈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8월 기준 케이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7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7.8% 증가했다.
주택구입 목적의 주담대가 중단되며 보다 건전성 위험이 높은 기업대출, 신용대출 등의 비중이 늘어날 수 있다.
냉정해진 IPO 시장에 케이뱅크와 FI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 FI들로부터 총 7250억원을 투자받으며 2026년 7월 상장과 드래그얼롱(drag-along·동반매도청구권), 신주 계약 거래 종결일로부터 IPO 완료일까지 8% 이상의 내부수익률(IRR) 등을 약속했다.
상장 약속일까지 1년여밖에 남지 않았으며, FI들에게 약속한 IRR을 지키기 위한 공모가 하단은 올해 최소 8843원, 내년 최소 9551원이다. 투자 당시 FI들의 주당 단가는 6500원이었다.
드래그얼롱도 계륵이다. FI들이 드래그얼롱을 실행한다 하더라도 적당한 매입자를 찾기 어려우며, 최대주주인 BC카드가 지분을 되사도록 콜옵션을 사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통상 업계에서 은행업은 금융당국의 승인과 각종 규제 등으로 자회사로 두기 꺼리는 업종이다.
제값을 받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비상장주식 플랫폼 두나무에 따르면 지난 2021년 9월 3만5000원 수준이었던 케이뱅크 주가는 지난 9일 7000원까지 하락한 상태다.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인 BC카드에 콜옵션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BC카드는 제도적 한계로 FI들의 주식을 모두 매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BC카드는 제도상 케이뱅크의 지분을 34% 이상 보유할 수 없다. 지난해 3분기 기준 BC카드의 케이뱅크 지분율은 33.72%다.
FI가 한발 양보해 다음 IPO에서 구주 물량을 줄이고 상장 후 지분을 매각을 통해 수익을 실현한다고 해도, 1년여 만에 IPO 시장이 회복되고 케이뱅크가 폭발적인 성장을 해 시장이 IRR 8% 수준의 공모가를 받아들인다는 조건이 갖춰줘야 원하는 몸값이 무사히 상장을 완수할 수 있다.
한편,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증시 부진으로 올바른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게 됨에 따라 상장 연기를 결정했다”라며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성 제고에 주력하며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조속히 IPO 재추진에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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