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1월 IPO 재추진 하나…몸값 낮추기 한계

상장예비심사 유효기간 2월 28일 만료
지난해 공모가 고평가 논란…PBR 2.04배
2021년 FI에 IRR 8% 약속…공모가 할인 제한

김나경 승인 2025.01.07 16:57 의견 0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케이뱅크는 같은 달 18일 증권신고서를 철회했다. 왼쪽부터 강병주 Personal본부장, 최우형 은행장, 이준형 전략실장, 차대산 Tech실장. (사진=김나경 기자)

케이뱅크가 이달 중순 기업공개(IPO)를 재추진할 전망이다. 지난해 IPO가 공모가 고평가 논란으로 무산된 만큼, 몸값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

다만, IPO 연기가 계속되면서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보장해야 할 내부수익률(IRR)이 커져, 공모가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내 케이뱅크의 IPO 재추진이 예상된다. 지난해 한국거래소로부터 받은 상장예비심사 유효기간이 올해 2월 28일 만료되기 때문이다.

공모절차를 고려하면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유효기간 내 IPO를 완료할 수 있다. 증권신고서는 제출일로부터 15영업일 이후 효력이 발생하며, 이후 청약·납입과 상장신청·매매개시까지는 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한 후로도 3~4주가 더 소요된다.

통상 상장준비부터 신규상장까지는 1년~1년 6개월이 걸리는 만큼, 이번 상장기회를 놓치면 내년까지 상장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케이뱅크는 상장에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상황이다. 재무적 투자자(FI)와 2026년 7월까지 상장하기로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올해에서 내년으로 넘어갈수록 FI에게 약속한 내부수익률(IRR)이 커져, 높아진 공모가로 고평가 논란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 7월 FI 투자 유치로 1조2500억원을 증자했다.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카니예 유한회사, 제이에스신한파트너스, 컴투스 등이 FI로 참여해 총 7250억원을 투자했다. 주당 취득 단가는 6500원이다.

당시 케이뱅크는 투자 조건으로 2026년 7월 상장을 내걸었으며, 상장을 마치지 못할 경우 FI들에게 드래그얼롱(drag-along·동반매도청구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드래그얼롱이란 투자자가 본인 주식을 매도할 때 최대주주의 주식까지 함께 끌어들여, 프리미엄 가격으로 동반매도할 수 있는 조항이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상장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3년 2월 IPO를 연기했으며, 이어 지난해 10월에도 또다시 증권신고서를 철회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0월 “수요예측 결과에서 충분한 수요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상장 과정에서 받은 기관투자자의 의견과 수요예측 반응을 토대로 공모구조 등을 개선해 2025년 초 다시 상장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케이뱅크의 공모가 희망밴드 하단(9500원)보다도 낮은 가격에 주문을 넣었다. 케이뱅크의 공모가가 고평가됐다고 평가한 것이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해 10월 증권신고서에서 희망공모가액을 9500~1만2000원으로 정했다. 총 공모액은 7790억~9840억원이며, 희망공모가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3조9586억~5조3억원이다.

이는 실질PBR(주가순자산비율) 1.69~2.04배 수준이다.

네이버파이낸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인터넷은행 업계 1위 사업자인 카카오뱅크의 PBR은 1.61배다. 같은 기간 국내 4대 시중은행(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의 PBR은 0.34~0.56배에 불과하다.

케이뱅크는 올해 공모가를 재조정해 투자매력도를 높일 예정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현재 공모 물량과 금액 등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다. 아직 정해진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공모가를 크게 낮추지는 못할 전망이다.

케이뱅크는 FI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상장과 함께 적격상장조건으로 신주 계약 거래 종결일로부터 IPO 완료일까지 8% 이상의 내부수익률(IRR)을 약속했다.

2021년 7월 당시 FI들의 주당 투자단가는 6500원이다. 투자로부터 4년 후인 올해 IRR 8% 이상을 달성하려면, 공모가 하단은 최소 8843원을 넘어야 한다.

상장이 내년까지 미뤄진다면 고평가 논란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5년 후 IRR 8%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는 공모가 하단이 최소 9551원으로 상향되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상장에 나선 기업들은 고평가 논란과 상장 첫날 주가 하락 등 냉정해진 공모시장에 이미 공모가를 낮추고 상장 완수에 집중하는 추세다.

올해 초대형 대어로 평가되는 LG CNS는 당초 상장 후 시가총액 7조원을 목표로 했지만, 지난달 증권신고서에서 몸값을 6조원으로 낮췄다.

엠앤씨솔루션은 지난달 희망공모가액 하단(8만~9만3300원)보다도 19% 낮은 6만5000원을 공모가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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