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무안공항 대참사 사망 179명...국가애도기간 선포

탑승객 181명 중 2명만 극적 구조
국내 항공사고 역사상 최악의 참사
정부, 1월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 지정

김선엽 승인 2024.12.29 22:24 의견 0

29일 오전 9시 3분경,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착륙 중 외벽과 충돌하며 전복되고 화염에 휩싸이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81명(승객 175명, 승무원 6명) 중 179명이 사망하고, 객실 승무원 2명만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번 사고는 국내 항공사고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다.

당시 항공기는 랜딩기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외벽과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기체는 충돌 후 전복되었고 화염에 휩싸여 대다수 승객들이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랜딩기어 작동 이상과 기술적 결함 여부를 중심으로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고가 난 여객기 주변 화재 현장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무안소방서 제공]

사고 직후 소방당국과 구조대는 기체 후미를 중심으로 생존자 수색에 나섰지만, 초기 구조된 객실 승무원 2명 외에는 추가 생존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오후 8시 38분 기준, 사망자 179명의 시신이 수습되었고, 이 중 77명의 신원이 확인되었다. 대부분의 승객은 광주·전남 지역민으로 파악되었으며, 외국인은 태국인 2명이 포함되었다.

사고기(등록번호 HL8088)는 사고 전 48시간 동안 8개 공항을 오가며 총 13차례 운항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무안, 제주, 인천, 베이징, 타이베이, 방콕, 나가사키, 코타키나발루 등 다양한 노선을 오가며 매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공항 체류시간이 대부분 1시간 안팎으로 짧아 항공기 정비와 안전 점검에 충분한 시간이 할애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7일에는 제주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던 중 기내에 환자가 발생해 인천공항으로 회항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운항 일정이 지연되었고, 이후에도 연쇄 지연으로 무안공항 체류 시간이 53분에 불과했다. 항공기는 이착륙 때마다 육안 점검과 안전 검사가 필수적이지만, 일정이 빡빡할 경우 이러한 과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정비에 소홀함이 없었다고 강조했으나, 월평균 가동시간(430시간)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가장 긴 수준이라는 점에서 과도한 운항 스케줄과 정비 시간 부족이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는다.

제주항공의 모회사인 애경그룹의 장영신 회장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께 비통한 애도와 진심 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장 회장은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을 위해 그룹 차원의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29일 무안공항 여객기 추락 현장 [사진=무안군의회 임현수 의원이 제보받은 영상 중]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역시 사고 현장을 직접 찾아 유족들에게 사죄하며 "안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났다. 희생된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제주항공 대표이사 김이배도 현장에서 유족들과 만나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안전 대책을 약속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사고 수습 및 지원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12월 29일부터 1월 4일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하고, 전국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한,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해 유가족 지원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향후 비참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하고, 안전 매뉴얼 및 항공기 정비 절차를 대대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이번 무안공항 참사는 대한민국 항공 역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낸 사고로 남게 되었다. 1993년 아시아나 해남 추락 사고로 66명이 숨진 것이 그간 최악의 항공사고였으나, 이번 제주항공 사고는 이를 훨씬 초과하는 인명 피해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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