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칼럼] K-디스카운트를 부르는 기상천외한 자사주 사용법

자사주 활용, 기업의 무기이자 주주의 덫
상법 개정 없으면 한국적 퇴행 심화될 것

주주칼럼 승인 2025.01.02 14:27 | 최종 수정 2025.01.02 14:35 의견 0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떨어진 한국 자본시장의 문제점 중에 대표적인 것이 자사주의 활용이다. 자사주는 기업의 자본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회수한 주식이므로 아무런 가치가 없는 주식으로 간주해야 옳다. 한국에서도 회계적으로는 그렇게 간주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자본의 차감으로 처리한다.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이기도 하다.

따라서 없는 주식이나 마찬가지인 자사주는 함부로 팔 수 없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이다. 자사주를 파는 것은 주식을 다시 발행하는 것과 동일한 행위다. 자사주를 제 3자에게 파는 것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같은 것이다.

제 3자에게 유상증자를 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되기 때문에 규제를 두고 있다. 신기술 도입이나 경영 상의 필요성이 인정될 때만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되며, 저가에 발행하면 기존 주주들의 이익이 더 크게 훼손되므로 가격 제한에 대한 규제도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 자본시장에서 이와 동일한 행위인 자사주의 처분에는 아무런 규제가 없다. 과거 일부 하급심 판례가 자사주의 처분을 마치 자산의 처분인 것처럼 잘못 판단하면서 지배주주는 자사주를 언제든지 누구에게든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게 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경영권 분쟁 시에 백기사에게 자사주를 처분해서 우호지분을 늘리는 행위다. 무수히 많은 기업들이 자사주를 백기사에 처분하거나 상호 간의 자사주를 교환하여 우호지분을 늘려왔다.

또 대표적인 것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및 주식교환 시, 자사주에도 신주를 배정하여 지배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소위 “자사주의 마법”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이를 통해 편법적으로 지배주주 지분율을 늘려왔다.

그러나 최근 기상천외한 자사주 활용법이 새롭게 등장했다.

사이버보안 회사인 윈스는 지난해 11월 공개매수를 통해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공시를 했다. 발행주식수의 10%에 달하는 규모였으며 공개매수가는 공시일 종가 대비 20% 이상의 프리미엄 가격이었다. 주가는 즉각 반응하여 상승했으나 공개매수 기간이 끝나고 공시가 나오며 급락했다. 최대주주인 금양통신이 공개매수에 응하여 지분의 상당 부분을 판 것이다. 대주주가 자사주 공개매수를 활용해 자신의 지분을 현금화한 것 자체도 문제가 있지만, 윈스의 회장이자 사내이사인 김을재가 최대주주 금양통신의 대주주이자 대표라는 점에서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이 같은 행위를 ‘밸류업’이라는 명목으로 포장한 점이 주주들의 공분을 샀다."

작년에는 한샘의 최대주주인 IMM PE가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한샘이 보유한 자사주를 공개매수에 응모하여 IMM PE에 팔면서 큰 논란이 됐다. 1천억원 규모의 공개매수 금액 중 410억원이 자사주였다. 일반주주들의 공개매수 기회를 뺏고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자사주를 사용했다는 비판이 크게 일어났으며, 7만7천원대에 매입한 자사주를 5만5천원에 IMM PE에 팔면서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최대주주에게만 이익을 안겨주는 행위를 한 것이다.

한 회사는 대주주가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해 본인 지분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고, 다른 회사는 대주주가 공개매수를 하는데 회사가 자사주를 싸게 팔아서 대주주에 이익을 안겨준 것이다.

이렇게 황당한 자사주 사용법마저 나오고 있는 마당에 하루 빨리 자사주에 대한 취급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개선하지 않으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이러한 행위가 근절될 수 있게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 김형균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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