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에 밟힌 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합병
12일 임시주주총회 무산
계엄령 이후 주가 큰 폭 하락
주주들 주매청 청구로 입장 선회
"추가 투자자금 확보 방안 모색할 것"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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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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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이 국민을 향해 총칼을 겨눈 비상계엄이 두산그룹의 사업재편을 무너뜨렸다. 비상계엄 여파로 사업재편의 핵심인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이 무산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밥캣의 모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예정했던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로 이관하는 분할 합병안을 의결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지난 7월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이자 그룹의 캐시 카우인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할해 두산로보틱스로 이관하는 사업 구조 재편안을 발표했다.
금융감독원은 분할 합병 비율이 두산에너빌리티 일반 주주에게 불리하다고 지적했고, 두산그룹은 지난 10월 분할 합병 비율을 재산정했다. 오는 12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분할 합병 계약을 승인할 예정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분할합병 추진 과정에서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주식매수청구권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이나 기업 구조변경 등에 반대하는 주주가 보유 주식을 공정한 가격에 되사 줄 것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분할합병 반대의사 통지 접수시간은 오는 11월 27일부터 12월 11일까지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오는 12월 12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행사할 수 있다. 회사가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2만890원이다.
하지만 지난 3일 비상계엄 이후 국내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사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도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3일 2만1150원에 종가마감했던 주가는 10일 기준 1만718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과 차이가 벌어지면서 다수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회사분할합병결정 보고서에 따르면 "분할회사(두산에너빌리티)의 주주가 행사한 주식매수청구권의 규모가 6000억을 초과하거나 분할승계회사(두산로보틱스)의 주주가 행사한 주식매수청구권의 규모가 50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4차 주주서한에서 "최근 갑작스러운 외부환경 변화로 촉발된 시장 혼란으로 인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회사는 12월 12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를 철회할 수 밖에 없게 됐다"며 "주주들께 대단히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어 "찬성 입장이어던 주주 중 주가가 하락함에 따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위해 반대 또는 불참으로 입장을 선회한 주주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국민연금공단 역시 이번 분할합병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주식매수청구권 확보를 위해 조권부 기권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주가 하락에 따른 상황 변동으로 본건 분할합병 안건의 임시주주총회 특별결의 가결 요건의 충족 여부가 불확실해지고, 당초 예상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초과할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빠르게 의사결정을 해 회사의 방향을 알려드리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향후 방향에 대해선 "추가 투자자금 확보 방안과 이를 통한 성장 가속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한 검토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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