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내년 주 7일 배송 도입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편의 증대와 더불어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내년부터 일요일과 공휴일 배송을 포함한 '매일 오네(O-NE)'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택배 배송 일정을 주 7일로 확대하면서 택배기사들의 근무 조건을 주 6일에서 주 5일로 개선하는 데 있다.
이는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항하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CJ대한통운은 택배 시장 점유율에서 쿠팡에 역전당한 상황이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CJ대한통운은 32.5%, 쿠팡은 26.1%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올해 2분기 기준으로 각각 28.3%(CJ대한통운), 36.3%(쿠팡)으로 순위가 뒤바뀌었다.
쿠팡은 자사 물류 시스템을 통한 로켓배송을 비롯해 직매입 시스템과 오픈마켓을 결합하여 택배 물량을 흡수하면서 급성장했다.
'매일 오네'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CJ대한통운의 택배·이커머스 사업 부문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분기 기준 CJ대한통운의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 13.5% 증가했지만, 택배·이커머스 사업 부문은 하락했다.
택배·이커머스 사업 부문 매출액은 8982억원, 영업이익은 5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3%, 3.1%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CJ대한통운이 내년 주 7일 배송 도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해석된다.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는 94주년 창립기념식에서 임직원들에게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변화와 혁신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최근 우리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급변하고 있으며,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근원적"이라며 "우리의 미래 생존을 고민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행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과의 교섭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택배비용 인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대리점연합회, 택배노조 등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거쳐 10월 중 주 7일 배송에 대한 윤곽을 도출하려 했으나, 핵심 쟁점에서 의견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노동자들이 과로와 노동시간 증가를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가 제시한 '4인 1조' 및 '2인 1조' 운영 방안은 추가 인력 투입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주 7일 배송 시행으로 인한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CJ대한통운은 내년부터 기업 고객의 택배 단가를 무게나 부피, 배송 구간에 따라 조정할 계획이다. 기업 고객의 택배 가격은 약 100원 인상하는 반면, 영세 상공인의 물량과 농·특산물 등의 택배 가격은 최대 300원 인하할 예정이다.
구교훈 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CJ대한통운이 시행하는 주 7일 배송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 다만, 물류비와 서비스 만족은 상충 관계이기 때문에 원가는 추가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CJ대한통운 입장에서는 분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고, 대리점의 배송기사가 더 충원되어야 한다. 따라서 주 7일 배송 시행을 위해서는 총 배송 물량이 절대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CJ대한통운이 연간 15억 박스를 취급한다면, 16억 박스 정도로 물량이 늘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곤지암 허브터미널 등 각종 물류센터의 가동률이 좋아지는 장점은 있을 것"이라며 "택배 본사, 택배 대리점주, 택배기사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향이 제시되어야 소비자도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주 7일 배송과 택배비 조정은 별개의 사안이며, 비용 조정은 물가상승률 및 물류비용 증대를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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