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급격한 성장을 이루며 글로벌 1위 기업 토요타 자동차(이하 토요타)의 수익성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그러나 토요타보다 빠른 성장 속도에도 주가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순환출자 구조와 창업주 일가 승계 이슈 등 한국 주식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전형적인 요소들이 발목을 잡았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포함된 일본과 달리 한국 증시는 신흥국 지수 종목으로서 한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들어 역대 최대 분기 및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5조6791억원, 7조8365억원이다.
향후 실적도 기대된다. 이 회사는 지난 12일 GM과 포괄적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해 ▲승용·상용을 비롯한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기술 공동개발과 생산 ▲배터리 원자재, 철강 및 기타소재 통합 소싱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GM이 (GM 차량을 현대차 이름으로 내는 등의) 리배징을 통해서 유럽시장에 진출하거나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한다면, 현대차는 대량 생산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로 해당 차종의 원가를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대차가 (GM의) 실버라도와 같은 픽업트럭과 대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리배지를 통해 현대차 브랜드로 출시한다면, 북미 시장 고객들에게 다양한 라인업을 공급할 수 있으며 추후 자체 개발 제품을 통한 진출도 더 유리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하이브리드(HEV) 판매 확대 및 SUV 등 고부가가치 중심 믹스 효과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며 “금융부문의 양호한 실적 또한 향후 손익 흐름에 긍정적으로 작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8월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의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 제시와 연말 인도 기업공개(IPO)에 따른 기업가치 재평가 기대도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2022년 글로벌 ‘빅3’에 진입한 후 3년 연속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로벌 1위 기업인 토요타와의 격차도 줄어드는 추세다.
토요타와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차이는 2021년 5%포인트 수준에서 올해 2분기 1%포인트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1년간 얼마나 벌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통한다.
이 회사의 ROE는 2021년 6.8%에서 2022년 9.36%, 2023년 13.68%, 올해 1분기 13.18%, 2분기 13.41%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반면, 토요타의 수익성은 최근 4년간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토요타 ROE는 2021년 11.4%에서 2022년 8.8%로 급감하다가 2023년 15.3%로 회복됐다. 올해 2분기 ROE는 14.8%로 다시 감소세에 들었다.
현대차의 저력에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무디스, S&P, 피치)는 지난달 현대차에 ‘A등급’을 부여하기도 했다. 사업 전망과 재무 건전성 등 질적 측면에서 ‘글로벌 톱티어’ 제조사로 인정받은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올 ‘A등급’을 받은 자동차 제조사는 독일 벤츠와 토요타, 혼다, 현대차, 기아 단 4곳이다.
총주주환원율은 아예 토요타를 앞질렀다. 한국거래소와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말 기준 최근 1년간 현대차의 총주주수익률(TSR)은 43.3%로 토요타(14.1%)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 10대 상장사 중 처음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공시를 발표하고 내년부터 2027년까지 TSR 35% 이상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3년간 평균 ROE 11~12% ▲3년간 자사주 4조원 매입 ▲분기 배당금 2500원 지급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토요타의 주가 만은 따라잡지 못했다.
지난 3년간 토요타 주가는 62.19% 상승하며 7년 만에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제쳤지만, 이 기간 현대차 주가는 토요타의 3분의 1 수준인 11.9%가량 상승하는 데 그쳤다.
현대차는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주가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 그룹 창업주 일가는 4가지 순환출자구조를 통해 적은 지분과 자본금으로 그룹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초대 회장인 정몽구 명예회장과 그의 아들 정의선 회장의 현대차 지분율은 각각 5.4%, 2.6%에 불과하다. 대신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서로의 지분을 17~34%까지 맞물려 보유하고 있어,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계열사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간접 지배할 수 있다.
현대차 그룹은 크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등 4가지 순환출자 구조를 이루고 있다.
글로벌 투자사들은 순환출자가 있는 기업은 지배구조가 명확하지 않고 회계상 불확실성이 잠재할 수 있다고 봐 기업가치를 절하한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회장 일가 내 승계 이슈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정의선 회장은 아직 아버지의 그늘에 있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 2020년 10월 회장으로 취임했지만 아직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반기 말 기준 현대차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의 개인 최대주주는 지분율 7.29%의 정몽구 명예회장이다.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은 0.33%로 미약한 수준이다.
신흥국 시장으로서 한계도 지적된다.
현재 한국 주식시장은 MSCI 신흥국 지수에 포함돼 있으며, 일본 주식시장은 MSCI 선진국 지수에 포함돼 있다.
MSCI 선진국 지수는 신흥국 지수에 비해 변동성이 낮으며, 투자자들은 동일한 이익을 내더라도 선진국 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해 주는 편이다.
일례로 2001년부터 2020년까지 20년간 선진국 지수에 포함된 증시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에 육박했던 반면, 신흥국 지수에 포함된 증시의 평균 PER은 14배에 그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 팀장은 “현대차는 순환구조와 승계 이슈로 주가 상승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한국이 밸류업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상법개정이 없으면 지배주주의 한계 등으로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훈 대표는 지난 2021년 3월 현대차 각자대표에 올랐다.
1964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사회학 학사, 미국 보스턴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2011년 현대글로비스 글로벌사업실장 상무로 현대차그룹에 몸담았다. 이듬해 현대차 생산개발기획사업부장 상무로 자리를 옮긴 후 승진을 거듭해 2018년 부사장에 임명됐다. 2020년에는 경영지원본부장, 국내사업본부장, 제네시스사업본부장을 맡으며 1인 3역을 해냈다.
2021년 현대차 지휘봉을 잡고 생산능력 향상과 북미 매출 확대에 힘썼다.
취임 첫 해 제네시스의 유럽과 중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지난해에는 생산기지 확대에 집중했다. 인도 GM공장을 인수했으며, 현지에 10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을 세웠다. 또한 사우디에도 중동 첫 생산기지 구축을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울산에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을 열고 2025년까지 약 2조원을 투입해 2026년 1분기부터 제네시스 대형 SUV 전기차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적도 고공행진했다. 현대차는 장 대표 취임 다음 해인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제네시스 미국 판매량은 전년대비 23% 증가한 6만9175대를 기록했으며,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6만3964대로 현지에서 5.3%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미국 전기차 판매량 3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룰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달 ‘2024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중장기 전략인 ‘현대 웨이’를 발표하고 ▲2030년까지 연간 555만 대 판매 ▲배터리 역량 강화 ▲소프트웨어 기술력 고도화 ▲수소 기술 역량 강화 등의 목표를 발표했다.
장재훈 대표는 “’현대 웨이’는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자동차만의 유연한 대응 체계로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모빌리티와 에너지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대자동차는 완성차 제조를 넘어, 다양한 모빌리티로의 확장을 추진해 게임 체인저의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에너지 사업자의 역할도 강화해 수소 사회를 실현함으로써 에너지 전환 시기에도 글로벌 톱 티어 리더십을 지속할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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