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밸류업 공시에도 DB하이텍의 주가가 하락세에 있다. 알맹이가 빠진 밸류업 공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추석 연휴 전인 지난 13일 3만68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52주 최고가인 6만2000원 대비 40.65% 하락했다.
DB하이텍은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지만 주가는 여전히 내림세다.
DB하이텍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2989억원에 영업이익 68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2%, 24.09% 하락했다.
다만 이는 증권가 컨센서스(추정치)과 비교하면 매출은 10% 이상, 영업이익은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계절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전분기 대비 중국향 매출이 회복하고, 자동차·산업·IT 중심 수요가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DB하이텍이 본격적으로 가동률을 높이며 수익률을 개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14일에는 기업가치제고계획(밸류업)을 공시하기도 했다.
DB하이텍은 글로벌 탑텐(TOP 10) 시스템반도체 회사를 목표로 2030년까지 매출 3조8000억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밸류업 보고서에 포함했다. 이를 위해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조7000억원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 확대 2000억원 △12인치 진출 2조5000억원 △신수종 사업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해 배당성향을 현재 10%에서 10~20% 수준으로 확대하고 자사주 비중은 6%에서 15%로 늘려 향후 5년간 주주환원율 30%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을 현재 80%에서 87%로 올리는 등 지배구조도 개선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DB하이텍 주주들은 밸류업 보고서가 지난해 내놓은 'DB하이텍 경영혁신 계획'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DB하이텍 경영혁신 계획에는 배당성향을 기존 10%에서 10~20%로 확대하고, 자사주 비중을 기존 6%에서 15%로 확대해 주주환원율을 30%로 올리겠다는 동일한 내용이 포함됐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등 지배구조 개선 방안도 이미 발표한 내용이다.
글로벌 탑텐(TOP 10) 시스템반도체 회사를 목표로 내세운 것도 동일했지만 매출 목표는 4조원을 내세워 밸류업 공시에 오히려 하향조정됐다.
DB하이텍의 주주들은 꾸준히 자사주 소각을 주장해왔지만, 회사는 여전히 자사주 소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주 환원이 목적이라고 명확하게 공시한 만큼,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는 것은 공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조기석 DB하이텍 대표이사는 "자사주는 내부적·외부적으로 여러 가지 활용방안이 있다"며 "재원이 필요할 때 자사주를 활용하지 못하면 보유 중인 현금을 사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DB하이텍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선 업데이트 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디비월드 주식 취득을 두고도 밸류업과 상관없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DB하이텍은 지난 7월 골프장 레인보우힐스CC를 운영하는 계열사 디비월드의 주식 549만주를 494억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주식 취득 목적에 대해서 "신수종사업 진출 및 첨단 반도체 사업 보안 강화"라고 밝혔다.
밸류업 공시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신수종사업에 2030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494억원은 예산의 16.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DB하이텍 한 주주는 "12인치 파운드리 투자도 모자란데 골프장 운영회사를 매입하는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정말 밸류업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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