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겉핥기식 ‘자사주 제도 개선’…재벌간 백기사놀이 여전
자사주 맞교환은 공시 강화에 그쳐
상법에 자사주 권리 규정 없어
확실한 해결책은 자사주 無 권리
김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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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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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지난 6월 입법예고한 ‘자기주식 제도 개선방안 시행령·규정 개정안’에 자기주식의 자의적 처분을 통한 지배권 강화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자기주식 관련 상법이 자기주식의 성질이 아닌 권리 인정 여부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16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기주식 제도의 개선과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자기주식 제도 개선방안 시행령·규정 개정안’에 대해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고, 기업들이 자기주식을 통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가장 큰 사례가 자기주식의 자의적 처분을 통한 지배권 강화의 문제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자기주식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6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시행령과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 내용은 크게 3가지로 ▲합병과 분할 시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배정 금지 ▲자기주식의 처분 시 처분 상대방과 선정사유, 주식가치 희석 효과 등 공시 구체화 ▲신탁으로 인한 자기주식 취득 및 처분 시 직접 취득과 동일한 규제 등이다.
지배주주가 회삿돈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을 활용하여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제3자에게 자기주식을 처분하는 행위, 즉 ‘자기주식 맞교환’을 통한 지배주주의 우호지분 확보에 대한 해결 방안은 공시를 강화하는 정도에 그쳤다.
앞서 지난 2022년 한 해에만 KT와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신한은행이 자기주식을 사고팔았으며, 고려아연과 LG화학·한화 등도 자기주식을 교환해 우호지분을 확보했다는 비판을 들은 바 있다.
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주요국의 경우 자기주식에 어떠한 권리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입법론적으로 일본과 같이 자기주식의 권리 행사와 관련하여 주로 문제가 되는 의결권, 배당권, 합병 시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배정이 금지된다는 개별 규정을 둘 수 있으나, 영국과 독일과 같이 회사의 자기주식에 대해 어떤 권리도 인정할 수 없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는 것이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상법에서는 자기주식에 인정되는 권리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규정한 명문 규정이 없다. 이로 인해 인적분할 시 자기주식을 배정하는 문제가 실무에서 발생하고 있고, 지배주주의 주식에 자기주식을 합산하도록 하여 자기주식이 소수주주 축출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판례도 등장하고 있다”며 “자기주식의 본질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주식에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재계의 경영권 방어 논리에도 일침을 가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기주식 처분의 공정성 확보에 대해 논의할 때, 자기주식이 상법에서 허용한 유일한 경영권 방어수단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주장이 있다”며 “(그러나) 법무부는 상법 회사편 해설서에서 자기주식을 자유롭게 취득하도록 하되, 자기주식의 폐해는 처분의 공정성 확보나 이사의 책임강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즉 회사의 자기주식 취득을 통해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수의 감소를 통한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는 의미이지, 자기주식을 활용하여 경영권을 방어하라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또한 자기주식의 취득으로 주가가 상승할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려는 인수자 입장에서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사효과로 경영권 방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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