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까, 말까] ‘FDA 고형암 불승인 20%’ 유한양행

렉라자 병용요법 FDA 고형암 NDA 접수
8월 품목허가 여부 나와
유한재단 이사회 절반 유한양행 경영진 차지
‘경영’과 ‘소유’ 분리 옛말 되나

김나경 승인 2024.05.21 08:00 의견 0

[편집자주] 워렌버핏은 '10년 보유할 자신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매수 버튼을 클릭하기 전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 기업 정보를 <주주경제신문>이 독자들에게 일목요연 제공합니다.

◆ 이 회사, 지금 핫한 이유는

유한양행 주가가 7거래일 만에 9.16% 상승했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가 국내 최초 미국 식품의약국(FDA) 항암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덕분이다. HLB는 지난 17일 국내 첫 FDA 승인 항암제를 노렸던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이 FDA로부터 간암 치료제 신약 승인을 받는 데 실패했다고 전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지난해 12월 FDA에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신약신청서(NDA)를 접수했다.

FDA가 지난 2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한 만큼 늦어도 오는 8월까지 품목허가 결정 여부가 나올 예정이다.

FDA가 시행하는 우선심사 제도는 심각한 질환의 치료나 진단, 예방 측면에서 효과 및 안전성의 유의미한 개선 가능성이 있는 품목을 대상으로 허가 여부를 6개월 내 결정하는 심사절차다.

유한양행은 이정희 이사회 의장이 대표이사였던 2015년 국내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으로부터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를 도입해, 2018년 존슨앤드존슨 자회사인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티브 메디슨(구 얀센 바이오테크)에 12억5500만달러(약 1조7021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했다.

‘렉라자’가 미국에서 승인된 후 출시되면 마일스톤(개발 단계에 따른 기술료)은 6000만달러(약 813억원)를 받는다. 출시 이후 매출 규모에 따른 소정의 로열티(경상 기술료)도 수령할 수 있다.

◆ 너 뭐 하는 회사니? 경쟁력 있어?

유한양행은 고(故) 유일한 창업주가 일제강점기인 1926년 경성부 덕원빌딩에 설립하며 창립됐다. 당초 미국 의약품 수입에 의존하다 1933년 ‘안티푸라민’을 시작으로 국산 의약품 개발·판매를 시작했다.

1962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는 재단법인인 유한재단(지분 15.77%이)다. 2대 주주는 국민연금(9.67%)이며 그 외 5%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는 자사주(8.32%), 유한학원(7.75%) 등이다.

연결대상 종속기업에는 제약 계열 외 △미국·우즈베키스탄·홍콩·호주 등 해외법인과 △유한건강생활 등 화장품·생활용품 △에스비바이오팜 등 반려동물 헬스케어 △암호명케이문화산업전문 등 문화콘텐츠 회사 △퍼멘텍건설 등이 있다.

매출비중은 약품사업부문 69.8%, 생활건강사업부문 10.0%, 해외사업부문 16.7% 등이다.

조욱제 대표는 창립 100주년인 2026년까지 ‘글로벌 50대 제약사’에 진입하기 위해 매출 4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현재 유한양행 주요 파이프라인은 10개다. 렉라자는 올 1월부터 국내에서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를 받고 있다. 퇴행성디스크 치료제 YH14618(Remedisc)은 임상 3상에 있으며, 임상 2상으로 창자운동장애(gut motility disease) 치료제 YH12852가 진행 중이다.

치료제가 없는 대사이상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YH25724와 알러지 치료제 YH35324, 유방암 등 치료제 YH32367은 임상 1상에 있다.

제2의 렉라자를 위한 인수·합병(M&A)도 활발하다. 지난 4월 다중 표적 항체 기반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프로젠에 300억원을 투자해 지분 38.9%의 단일 최대주주가 됐다.

◆ 자금 여력은 어때?

유한양행이 약 120억원을 직접 투자했을 뿐만 아니라 함께 조인트벤처(JV) 합작법인 이뮨온시아를 설립했던 소렌토가 지난해 파산신청을 했다. 투자금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한양행은 소렌토 파산으로 이뮨온시아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 67.7%가 됐다. 지난해 4분기부터 이뮨온시아가 연결인식됨에 따라 약 42억원의 손실이 반영됐다. 증권가는 이뮨온시아가 이 회사에 연간 약 200억원의 판관비를 증가시킬 것으로 본다.

◆ 오너는 누구? 경영자는 누구?

경영과 소유가 분리된 ‘주인 없는 회사’가 옛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한양행은 고(故) 유일한 창업주와 염만희 고문을 끝으로 1969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꾸준히 평사원 출신의 부사장 중에서 전문경영인을 선출해 왔으며, 임기는 연임을 포함해 6년으로 제한됐다.

하지만 이정희 이사회 의장이 2015년부터 6년 동안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겸직하고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와 2021년 3월부터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 의장을 장기집권하며 막후경영 비판이 인다.

한국거래소는 2022년부터 사외이사만을 이사회 의장 기준으로 두고 있다.

현재 대표는 2021년 조욱제 대표이사 사장이다. 올해 연임에 성공했다.

최대주주인 재단법인 유한재단 역시 이사회 절반을 유한양행 경영진이 차지하며 견제기능이 약해지고 있다는 의혹이 인다.

유한재단 이사회 멤버 구성은 이 의장과 조 대표 외 김성섭, 송두영, 정수길, 신정승 등 12명 중 6명이 유한양행 전현직 경영진으로 이뤄져 있다.

고(故) 유일한 창업주의 손녀 유일링 유한재단 전 이사는 2022년 재선임되지 않았다.

이러한 와중에 유한양행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회장, 부회장직을 정관으로 되살렸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교 교수는 “상법상 회장은 없다. 필요하면 그냥 임명하면 그만인데 임명도 하지 않으며 정관을 바꾸는 것은 ‘간 보기’”라고 비판했다.

◆ 숨겨진 리스크를 체크하자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도 나온다.

얼마 전 HLB 역시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FDA 승인을 자신하며 미국 현지 직접 판매를 준비했지만, 품목허가를 받지 못했다. HLB 주가는 이달 10만6500원에서 4만7000원으로 반토막 났다.

SK증권에 따르면 고형암 항암제가 FDA NDA에서 승인 받을 확률은 79.6%다. 불승인될 확률인 20.4%도 무시하지 못할 수치다. HLB도 이 20.4% 안에 들었다.

◆ 선수 한마디

김준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마진이 낮은 주요 상품의 매출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는 반면 고마진 제품인 로수바미브, 렉라자의 성장세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 1분기 매출은 433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61억원으로 64.4%가량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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