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해외 법인의 현지 상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기업 현지화 전략으로 보는 시각과 모회사 주주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전자는 종속회사인 LG전자 인디아(LG Electronics India Limited)를 인도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6일(현지시간)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기업공개(IPO) 관련 상장예비심사서류인 DRHP(Draft Red Herring Prospectus)를 제출했다.

LG전자 인디아의 지분 15%가 매각될 예정이며, 구체적인 지분 매각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앞서 블룸버그가 인도법인의 기업가치를 130억달러(약 18조원)로 예상한 만큼 최대 15억달러(약 2조원)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전자는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IPO 추진은 본사 법인 기업가치 제고, 자금운용 관점에서 다양한 옵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체코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를 상장할 계획이다.

두산스코다파워는 지난달 체코 프라하와 영국 런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다. 앞서 체코 현지에서 상장의사발표(ITF)를 진행하기도 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두산스코다파워의 공모가가 한화 기준 주당 1만3200원에서 1만5600원 사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총 공모 주식 수는 957만~1052만주, 공모 금액은 1200억~1600억원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스코다파워의 구주매출(약 650~750여만주)을 통해 850억~1200억 원을 확보할 전망이다. 이 자금을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기술 개발, 가스터빈 설비 확충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두산스코다파워는 신주발행(290만주)을 통해 조달한 380억~450억원을 생산설비 개선과 연구·개발(R&D)에 투입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법인 현지 상장을 두고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이라는 주장과 모회사의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실질적으로 자회사를 현지 증시에 상장을 하는 것이지만, 모회사가 현지화를 하려는 하나의 전략"이라며 "요즘같이 무역 장벽이 높고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현지화를 도모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0월 인도법인(HMIL)을 인도 증시에 상장한 바 있다. 현대차는 기존 지분 17.5%(1422억주)를 매각하는 구주 매출 방식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구주 매출 이후 현대차 본사의 인도법인 보유 지분은 100%에서 82.5%로 낮아졌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을 통해 "모자회사 중복 상장의 논란에 대한 감독당국의 엄격한 잣대, 투자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피해 해외 상장을 택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기업가치가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의 사례를 예로 들며 "현대차 인도법인은 최근 주가 하락에도 주가수익비율(PER) 25배에 거래된다. 이는 현대차 PER 4배보다 무려 6배 높은 밸류에이션이다. 인도법인 시총과 이익을 차감한 현대차 PER은 단지 2.5배다"며 "인도법인 83% 지분을 보유한 현대차 주주들에게 해외 상장이 이익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거짓임이 판명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제조업의 경우 모자회사 중복 상장시 이전가격 등 다양한 이해상충이 발생한다"며 "회계상 연결 실적으로 잡히고 배당도 받지만 자회사 현금흐름과 이익에 대해 모회사 주주는 제한된 권리를 가진다. 아울러 본사가 과도하게 높은 이전가격을 책정하면 모회사 주주는 이익을 보지만, 자회사 소수주주는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