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까, 말까] 신사업 성과 가시화 'LG화학'

도요타에 2.8조 양극재 공급..OLED 핵심 소재도 국산화
주력 석유화학 사업 대신 신사업 위주 사업 재편
지난해부터 실적 하락·재무 부담 커져
양극재 업황 악화...단기 회복 힘들 것

박소연 승인 2023.10.17 17:13 의견 0

[편집자주] 워렌버핏은 '10년 보유할 자신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매수 버튼을 클릭하기 전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 기업 정보를 <주주경제신문>이 독자들에게 일목요연 제공합니다.

◆ 이 회사, 지금 핫한 이유는

국내 1위 화학업체인 LG화학이 신사업인 첨단소재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7년여간 도요타 북미 생산·기술 담당 인인 TEMA(Toyota Motor Engineering & Manufacturing North America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0일 공시했다.

​도요타 전기차에 LG화학의 양극재가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약 규모는 2조8616억원으로, LG화학의 작년 매출액의 5.5% 수준이다. ​

LG화학은 도요타에 NCM(니켈·코발트·망간) 계열 양극재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물량은 도요타의 북미 자체 배터리 생산 프로젝트에 쓰일 예정이다.

회사는 우선 국내 청주 공장 등에서 양극재를 생산해 납품하고, 오는 2025년 설립 중인 미국 테네시주 양극재 공장이 가동되면 현지에서 공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의 배터리 소재 매출은 그동안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이번 계약으로 고객처를 다변화했다는데 평가가 나온다.

LG화학은 LG디스플레이와 함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핵심 소재 'p도판트' 국산화에 성공하는 성과를 냈다. 핵심 소재인데도 개발이 까다로워서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는데, 10여 년간 연구 끝에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

첨단소재 사업에서 거둔 성과에도 LG화학의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17일 LG화학의 주가는 51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화학은 21년 1월 105만원을 기록하면서 황제주에 등극했으나 현재 50% 넘게 주가가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36조 4256억원으로 코스피 8위를 기록했다.

◆ 너 뭐 하는 회사니? 경쟁력 있어?

LG화학의 사업은 올 상반기 매출액 기준 LG에너지솔루션 (60.3%), 석유화학 사업부문(30.4%) 첨단소재 사업부문(5.5%), 생명과학 사업부문(1.9%), 공통 및 기타부문(1.8%)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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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대표적인 석유화학 기업이지만, 신사업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신사업은 첨단소재와 바이오 사업이다.

배터리 소재 부문에선 양극재부터 실리콘음극재, 분리막, LFP배터리까지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이 중 핵심은 양극재다.

회사는 미국 테네시주에 약 4조원을 투자해 양극재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5년 말부터 연간 120만톤을 생산할 예정이다.

LFP배터리 시장에도 진출한다. LG화학은 지난달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국내 업계 처음으로 LFP 양극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생명과학사업은 당뇨신약 '제미글로'를 비롯하여, 인간 성장호르몬제 '유트로핀', 관절염주사제 '시노비안',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유셉트', 히알루론산 필러 '이브아르', 5가혼합백신 '유펜타', 소아마비 백신 '유폴리오' 등의 의약품을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
​​지난해 미국의 항암신약 개발 기업 아베오를 약 8000억원에 인수했다.

◆ 자금 여력은 어때?

LG화학은 지난해부터 실적이 하락하고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작년 1분기부터 시작된 감익 국면이 2023년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1조원, 올 1분기 7910억원, 2분기 6156억원으로 낮아졌다. ​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오는 3분기 영업이익은 765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성 지표를 살펴보면 부채비율은 22년 81.4%, 23년 1분기 84.6%, 2분기 83%로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차입금 비율은 같은 기간 42.6%, 46.5%, 48.6%를 기록해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

순차입금 비율은 지난해 대비 크게 늘었다. 22년 19.9%인 순차입금 비율은 지난 1분기 28.8%, 2분기 31.2%로 증가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4년에도 재무 부담은 이어질 것"이라며 "본사 설비투자 규모 4조원(배터리 제외)과 배당액 8000억원(주당 1만원) 등에 비해, 영업활동 현금창출 규모는 2조3000억원에 그쳐 2조~3조원의 외부 자금조달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 오너는 누구? 경영자는 누구?

LG화학은 신학철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신 부회장은 1957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풍산금속공업에 엔지니어로 입사해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한국3M으로 옮긴 뒤 필리핀법인을 거쳐 미국 본사에서 근무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필리핀3M 대표이사 사장, 3M 해외사업부문 총괄 수석부회장, 3M 지원조직 총괄 수석부회장을 역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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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하면서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영입됐다. LG화학이 최고경영자(CEO)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1947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LG화학은 2021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친환경 소재 △배터리(전지) 소재 △글로벌 신약 등 신성장동력에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3대 신성장동력 관련 사업 매출을 2030년 40조원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 숨겨진 리스크를 체크하자

LG화학의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의 주가 하락에는 양극재 업황 악화, LG에너지솔루션 자회사 상장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 등의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양극재 업황은 리튬 가격 하락에 따른 시장 경쟁 심화, 유럽 국가들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이 원인이다.

단기간에 악재들이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의 분석이 나온다.

​​​◆ 선수 한 마디

LG화학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6.98배(동일업종 33.48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26배 수준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도요타와 계약은 2025~26년 이후 전체 생산능력(CAPA)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으나, 이번 첫 외판 계약이 향후 추가적인 계약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인 뉴스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계약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지주사 할인율이 축소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판단되며, 추가 외판 계약 확정 시 지주사 할인율은 추가 축소가 가능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LG화학에 반영된 LG에너지솔루션의 지주사 할인율을 75%로 판단했다. 할인율이 높은 이유는 LG화학 배터리 소재 매출이 LG에너지솔루션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이어 "향후 지켜볼 포인트는, 매년 자본적지출(CAPEX) 5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회사의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의 속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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