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경영] 인재는 아카시아처럼 뿌리내려야-상

김종운(한국능률협회컨설팅) 승인 2022.03.04 14:29 | 최종 수정 2022.03.11 09:51 의견 1

“아름다운 아~가씨, 어찌 그리 예쁜가요?”로 시작되는 노래를 기억하는가? 해태제과의 껌 광고에 등장하는 노래였다. 껌 이름은 아카시아 껌이다. 해태제과에서 출시한 이 껌은 1976년에 세상에 처음 등장했으니 벌써 40대 중반의 중년이 되었다.

지금도 편의점에 가면 아카시아 껌을 볼 수 있을 만큼 긴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다. 광고 속에서 예쁜 아가씨가 하늘하늘 원피스를 입고 숲길을 걸어가는 장면을 보면서 가슴 설레었던 시절이 있었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하는 동요도 있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매우 사랑받는 노래였다. 키가 큰 서수남과 키가 작은 하청일이 짝을 이룬 중창 그룹은 이 노래로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아카시아는 동네 야산에만 가도 지천으로 볼 수 있는 나무다. 흔히 아카시아로 부르지만 제대로 부르려면 아카시나무라 불러야 한다. 초여름이 되면 사방에 아카시아 흰 꽃이 피고, 그 향이 코를 즐겁게 만들어 준다.

아카시아 꽃은 향이 좋고, 꿀도 풍부하다. 나의 어린 시절만 해도 군것질 거리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아카시아 꽃이 피면 뒷산에 올라 아카시아 꽃 한 움큼을 따서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으며 향긋하고 달콤한 꿀을 입안에 넣었다. 어린 나이여서 깊은 풍미는 몰랐던 것 같고 그저 부족한 군것질을 채우는데 급급했던 기억이다.

사랑을 확인하는 나무

영화 리틀포레스트를 보면 주인공이 아카시아 꽃을 따서 기름에 튀겨 먹는 장면이 나온다. 꽃 모양이 그대로 살아 있는 아름다운 간식이었다. 직장을 그만두면 시골로 내려가 살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때가 되면 꼭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다.

아카시아 꽃은 워낙 좋은 꿀을 가졌기 때문에 벌이 많이 찾는다. 그래서 영어로 비 트리(Bee tree)라는 별명도 있다. 아카시나무가 뾰족한 가시를 가진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무껍질이 변해서 만들어진 가시라 옆으로 약간만 꺾어도 잘 떨어지는 편이다. 이 가시를 살짝 꺾어서 그 꺾인 면에 침을 조금 묻혀 코끝이며 이마에 붙이고 놀기도 했다.

이와 달리 탱자나무 가시처럼 나뭇가지가 변해서 된 가시는 단단해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아카시나무 중 가시가 없는 종류도 있다. '민둥아카시아'라고 부른다. 재밌는 것은 이 '민둥아카시아'에서 종자를 얻어 땅에 뿌리면 자라나는 묘목 중 대략 절반은 가시가 있고 절반은 가시가 없다고 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영화배우 신성일, 엄앵란 등 지금은 타계했거나 원로가 된 전설의 배우들이 등장했던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는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데 아카시아 나뭇잎을 활용하곤 했다.

잎 하나씩을 떼어 내면서 ‘사랑한다’, ‘사랑 안 한다’를 반복한다. 제일 마지막에 남는 잎에 해당하는 순서에 따라 상대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꽤나 유치하지만 연인끼리는 그런 유치한 놀이조차 사랑의 한 부분이 되기도 했던 모양이다.

신입사원 교육에만 2년..경력사원만 찾는 기업들

아카시나무는 황폐한 땅에서 잘 자란다. 생명력이 매우 강한 나무다. 그런데, 아카시나무가 이런 강력한 생명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땅에서 많은 영양분을 흡수하게 된다. 특히, 땅 속에 있는 인산과 칼리를 대단히 빨리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아카시나무가 많이 자란 땅에는 당연히 인산과 칼리가 부족해지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성장이 좋기 때문에 황폐지 조림을 위해 많이 심는 대표적인 나무였다. 보통 10년에 10미터를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테네시 강 유역의 황폐지를 복구하는 데 사용한 나무로 많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전후 황폐해진 산을 복구하기 위해 이 나무를 많이 심은 나라에 속한다.

황폐한 땅에는 우선적으로 뿌리 내림이 좋고 성장이 빠른 나무를 심어 땅을 결속시켜 주고, 겨울이 되면 그 나무들이 자라서 잎과 가지를 떨어뜨려 땅에 거름을 공급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런 면에서 아카시나무는 최적임자라 할 만하다.

경영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이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사람은 많은데 쓸 만한 사람이 적은 것이다. 최근 기업에서는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완전히 새롭게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 기간만 평균 2년이 걸린다고 하니 하소연을 할 만하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직 사원을 선호하는 추세다. 그런데, 이렇게 채용한 경력직 사원들 역시 얼마간 자기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쏟아내면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내놓기 어렵게 된다. 이런 순간이 되면 적절한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직원들의 역량을 향상시켜야 한다.

천년 기업 꿈꾼다면 인재를 심자

경력직 사원을 수혈하는 것은 마치 아카시나무로 황폐지를 조림해 급한 불을 끄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을 다 하고 나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회사의 역량이 더 이상 올라가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다고 한 번 채용한 경력직 사원들을 헌신짝 버리듯 다시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경력직 사원들로 쉽게 인재 갈증에 방비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나치게 경력직 사원으로만 직원을 구성하게 되면 아카시나무 조림지의 부작용이라 하는 인산과 칼리 부족과 같은 어려움을 기업도 겪게 될 것이다.

기업은 생명력을 가진 생명체이어야 한다. 생명체란 끊임없이 세포의 생성과 사멸이 반복되면서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회사를 부를 때 사람 인(人)자를 붙여 법인이라고 부른다. 그 말은 기업 역시 끊임없이 세포가 생성되고 사멸됨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세포는 사람이다. 인재다. 당연히 기업이 오래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업의 세포인 인재가 채용되고 육성되는 과정이 반복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 현장을 많이 다니면서 한 가지 안타깝게 느낀 것은 인재 육성을 말하면서 그에 따른 체계적인 전략이나 계획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보다는 조금은 긴 호흡으로 체계를 다듬고 그에 따라 꾸준한 투자와 관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요즘 기업들은 그런 여유들을 갖지 못하는 것 같다. 남이 좋다고 하면 그대로 모방하고 그대로 교육시키고 금방 결과를 얻으려고 한다. 너무 조급하다.

관자 권수 편에 1년의 계책에는 곡식을 심는 것 만한 것이 없고, 10년 계책에는 나무를 심는 일 만한 것이 없으며, 평생을 위한 계책에는 사람을 심는 것 만한 일이 없다는 문구가 나온다. 천년 기업을 꿈꾸면서 1년도 내다보지 않는 계획을 세우는 기업들은 지금부터라도 어떻게 사람을 심을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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