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5일 삼성전자의 이사회가 열렸다. 이날 안건은 ‘자기주식 취득계획 및 취득의 건’ 1건이었다. 연초부터 약세를 보이던 주가가 4만원 대까지 떨어지자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이사회가 자기주식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날 이사회에는 10명의 이사 전원 참석했으며, 전원이 ‘1년간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에 찬성했다. 또 1차로 3개월간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 매수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10조원 자사주 매입은 1년여 뒤인 최근 마무리됐다.
1년 전 삼성전자 이사회의 이 같은 결정은 끝없이 추락하던 주가가 반등하는 마중물이 됐다. 지난해 11월 4만9000원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주가는 자사주 매입 계획이 발표된 이후 오르기 시작해 올해 3월 6만원 대를 회복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최근 ‘8만 전자’로 올라섰다. 삼성전자 주가가 8만원 대를 기록한 것은 1년 1개월만이다.
▲사외이사는 거수기?...소신 반대·기권도 있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이사회는 지난해 11번 열렸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이사들이 모여 경영 현안을 논의한 것이다. 이사회가 논의한 안건 중 부결된 사례는 없다. 대부분의 안건에 대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모두 찬성 의견을 냈다.
그렇다고 이사회, 특히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할에만 머무른 것은 아니다.
김준성 사외이사는 지난해 1월 열린 이사회에서 '2024~2026년 주주환원 정책 승인의 건’에 대해 고정적 배당은 유연성이 부족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허은녕 사외이사도 자기주식 취득 안건이 다뤄진 제7차 이사회에서 자사주 취득 계획에는 동의하지만,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적절한 시점을 재고해야 한다는 취지로 기권 의견을 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3인(전영현, 노태문, 송재혁)과 사외이사 6인(신제윤, 김준성, 허은녕, 유명희, 조혜경, 이혁재) 등 총 9인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의장은 사외이사인 신제윤 이사다.
삼성전자는 2016년 3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는 내용으로 정관과 이사회 규정을 개정했다. 2020년 3월부터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있다.
▲2020년부터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 맡아
신제윤 의장은 전임 박재완 의장, 김한조 의장에 이어 삼성전자의 3번째 사외이사 의장이다. 신 의장은 금융위원회 위원장,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의장, 외교부 국제금융협력대사,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한 국제 금융,재무 전문가이다. 지난해 3월부터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맡아 재무건전성이 요구되는 안건들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조언해 왔다.
나머지 사외이사 5명은 투자, 에너지, 통상, 로봇, 반도체 등 각계 전문가 출신이다.
김준성 사외이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주식시장 분석과 투자 경험을 쌓은 국제경제 및 투자 전문가이다. 싱가포르 투자청 매니징 디렉터를 거쳐 현재 싱가포르국립대학 Endowment Fund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허은녕 사외이사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로, 에너지ㆍ자원ㆍ환경 관련 경제 및 정책 분야 전문가이다.
유명희 사외이사는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한 국제 통상전문가로, 외교적 소통 노하우,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주요 투자자 및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조혜경 사외이사는 한국로봇학회 회장을 역임한 로봇공학 및 로봇 소프 트웨어 분야의 전문가다.
이혁재 사외이사는 반도체 분야 전문가로,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해법을 찾기 위한 다양한 제언 활동을 하고 있다.
▲ 전영현 부회장 책임경영..’갤럭시 신화’ 노태문·송재혁도
삼성전자 이사회에는 현 경영진도 사내이사로 참여해 책임경영을 하고 있다.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 노태문 사장, 송재혁 DS부문 CTO 등 3인이다.
전 부회장은 지난해 5월 DS 부문장에 오른 뒤 올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로 입사한 메모리 개발 및 경영전문가다. 산업, 기술 전반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영 역량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노태문 사장은 '갤럭시 신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인물이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의 AI폰인 '갤럭시 S24'를 출시하는 등 AI 리더십을 선보였다.
송재혁 CTO는 DS부문의 최고 기술 책임자로, VNAND 최초 개발 주도 및 이후 Flash 신제품 개발을 이끌어온 주역이다.
삼성전자는 이사회 내에 경영위원회, 감사위원회,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등 6개의 위원회를 운여하고 있다.
이 중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영역에서 지속가능경영과 관련된전략 및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주주환원 정책을 심의하는 등 주주가치를 제고를 위한 논의도 진행한다. 사외이사 6명이 위원장(김준성)과 위원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사회는 상법 제 542조의8에 따라 사외이사를 과반수로 구성하고 있다”며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이사진의 전문분야와 역량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최적의 구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