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020년 주주들에게 주당 2944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전년 주당 배당금(1444원)의 2배가 넘는 파격적인 배당이다. 같은 기간 배당금총액도 9조8094억원에서 20조3381억원으로 2배 넘게 뛰었다. 2000년 삼성전자 순이익(26조0908억원)의 78%에 해당하는 금액이 주주들에게 지급된 것이다.
▲상속세가 불러온 ‘20조원’ 배당잔치
삼성전자의 배당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특별배당금 때문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일반 배당금 주당 1416원에 특별배당금 주당 1528원을 더해 배당금을 지급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7년 10월 발표한 주주환원계획(2018~2020년)에서 3년간 발생한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FCF)의 50%를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 배당을 하고도 이익이 많아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 추가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을 통해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겠다고 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삼성전자의 특별배당을 예상했지만, 규모는 시장의 예약치(주당 1000원)을 훨씬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서프라이즈다. 시장 예상치보다 잉여현금흐름이 많았기 때문이다”는 반응이 나왔다.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배당에는 고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총수 일가가 상속세를 내기 위한 자금이 필요해진 것도 요인을 꼽혔다. 당시 특별배당으로 이재용 회장 등 삼성의 총수 일가가 받은 배당금은 1조원이 넘는다.
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보통주 2억4927만3200주(4.18%), 우선주 61만9900주(0.08%) 갖고 있어 7462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이 돈은 당연히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상속인들에게 돌아갔다. 이재용 회장도 보통주 4202만150주(0.70%)에 대한 배당금 1258억원을 따로 받았다. 이건희 회장 주식 상속가액은 18조9633억원으로, 상속인들이 내야 할 주식분 상속세만 11조원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특별배당은 주식시장에 큰 소용돌이를 몰고 왔다. 2020년 11월 초 6만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특별배당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한 달 뒤 7만원대로 뛰었고, 2021년 초에는 8만원대가 됐다. 특별배당이 확정된 후에도 한동안 ‘8만 전자’가 이어졌다.
삼성전자가의 특별배당은 2000년이 마지막으로 이후에는 주당 1444원, 배당총액 9조8000억원 수준의 배당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주당 배당금은 1444원, 배당총액은 9조8108억원이었다. 배당성향은 29.2%, 배당수익률은 2.7%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재원으로 활용해 연간 9.8조원 수준의 정규배당을 유지하되, 정규배당 이후에도 잔여 재원이 발생하는 경우에 추가로 환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6년까지의 주주환원 정책 대상 기간 종료 이전이라도 M&A 추진, 현금규모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고 시행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올해까지 10조원 자사주 매입소각 완료
배당 중심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펴 오던 삼성전자는 자사주를 통한 주주환원에도 나서고 있다.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면 총주식 수가 감소해 주당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자본금에 변화 없이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가치(BPS)가 개선되면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일반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총 10조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3개월 내 3조원을 사들여 전량 소각하고, 나머지 7조원은 1년 내로 매입해 소각 또는 임직원 보상을 위해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1차로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3조497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했다. 이어 2차로 올 2월부터 5월까지 3조394억원의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임직원 보상용(5000억원 규모)를 제외한 나머지(2조394억원 규모)는 소각을 완료했다.
3차 자사주 매입은 당초 예정보다 한 달 가량 빠른 오는 10월 8일 이사회 전까지 마무리 할 계획이다. 3차 매입 자사주는 소각 2조8000억원, 임직원 보상 1조6000억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 7월 열린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자사주 매입을 신속하게 완료해 주주와 약속을 적시에 완료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며 “총 10조원의 자사주 매입을 완료하고 주주가치 제고 목적의 자사주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시점을 정해 소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실적이)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에 반등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모습을 예상한다"며 “인공지능(AI)과 로봇 산업 중심으로 성장세가 지속 확산되며 IT 시황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8만전자 안착...10만전자도 보인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최근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 8만500원을 찍으며 '8만 전자'를 회복하고, 25일에는 8만6100원까지 올랐다. 26일 조정을 받아 하락했지만, 8만전자(8만3300원)는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7월 8만8000원까지 갔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후 실적부진 등 악재가 이어지며 같은해 11월 4만9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10만 전자'를 기대하고 있다. 흥국증권, 다올투자증권, 신영투자증권은 최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만원을 상향했다. 키움증권은 10만5000원, KB증권과 한화투자증권, IBK투자증권, SK증권은 11만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가장 높은 11만1000원을 목표주가로 내놨다.
삼성전자의 고공행진은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추진으로 인한 주식시장 활성화에 실적회복 기대감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83조4800억원, 영업이익 9조668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5%, 5.2%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난달 8조8501억원이었지만, 1개월만에 8000억원 이상 높아졌다.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D램 가격 상승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 증대에 힘입어 반도체 부문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고객사에 분기 D램 가격을 최대 30%, 낸드플래시는 최대 10% 올리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인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슈퍼사이클 진입, 주요 고객사 HBM 납품 가시화, 파운드리 대형 고객사 수주 등 주요 반도체 사업 전반에서 중장기 성장이 기대되는 요인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의 하반기 영업이익은 반도체 (DS) 실적 개선 속도가 기대치를 상회해 2021년 하반기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소액주주 504만명이 67% 보유..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생명 지배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는 총 504만9085명이다. 전체 주주 수(504만9175명)의 99.99%가 소액주주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1명이 삼성전자 주주인 셈이다.
이들 소액주주가 가진 주식은 40억54만3770주다. 전체 발생주식(59만1963만7922주)의 67.58%다.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는 주식열풍이 불었던 코로나19 시기에 급증했다. 2020년 말 215만3969명이던 삼성전자 소액주주는 2021년 말 506만6351명으로, 1년새 2배 이상 급증했다. 2022년 9월에는 6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으로, 8.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5.05%), 블랙록(5.07%), 국민연금(7.57%) 등도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이 1.65%에 불과한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의 지분 19.9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까지 합친 삼성 오너가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약 33%다.
이러한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로, 19.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생명의 2대주주(지분율 10.4%)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