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대기업 오너 일가의 세금 부담이 12%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1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사 중 상장사의 2024년 배당 및 고배당기업과 오너일가의 절세효과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집단 80곳의 상장사 371곳 중 고배당기업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은 87곳(23.5%)으로 집계됐다.
조사대상 기업 중 배당소득이 있는 오너일가는 758명이고, 이들의 지난해 배당소득은 2조5968억원이었다.
정부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고배당기업에 배당소득세 감면 혜택을 주는 내용이 포함된 2025년 세제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배당기업은 전년 대비 현금배당이 감소하지 않은 상장법인으로, 배당성향 40% 이상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 및 직전 3년 대비 5% 이상 배당이 증가한 기업을 말한다. 고배당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은 종합소득 과세(15.4%~49.5%) 대상에서 제외되며, 2000만원 이하의 배당소득에는 15.4%, 3억원 이하는 22.0%, 3억원 초과는 38.5%의 세율(지방세 10% 포함)로 분리과세 된다.
이같은 세제개편으로 오너일가의 세액은 1조2578억원에서 1조1033억원으로, 1545억원(12.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배당소득에서 세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48.4%에서 42.5%로 5.9%p 낮아진다.
개인별로 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약 260억원의 절세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지난해 배당소득은 3466억원으로, 기존 소득세는 1715억원 정도다. 세제개편후에는 1455억원으로 세금이 260억원(15.2%)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배당소득 1411억원)와 삼성생명(940억원), 삼성화재(8억원)가 고배당기업 조건에 해당하고, 이들이 이회장 전체 배당소득의 68%를 차지한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1467억원)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1502억원) 역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배당으로 156억원(21.6%), 136억원(18.3%)의 절세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그룹에서는 정몽구 명예회장(1892억원)이 151억원(16.1%)의 절세혜택을 볼 전망이다. 배당소득 중 72%에 달하는 현대자동차(1368억원)가 고배당기업 조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1755억원) 역시 배당소득세가 130억원(15.0%)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배당소득의 67%에 달하는 현대자동차(672억원)와 기아(459억원), 현대오토에버(36억원), 이노션(9억원)이 고배당기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93억원, 16.4%),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65억원, 22.2%), 이재현 CJ 회장(41억원, 22.2%),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28억원, 22.1%),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24억원, 22.1%) 등이 각각 절세혜택을 볼 전망이다.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용진 신세계 회장은 보유주식이 고배당기업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절세효과가 없다.
대기업집단 중 고배당기업 상장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삼성으로, 총 17개 상장 계열사 중 고배당기업에 해당하는 기업이 8곳(멀티캠퍼스‧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증권‧삼성카드‧삼성화재‧에스원‧제일기획)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배당액은 9조8108억원(배당성향 41.6%)에 달했고, 삼성생명은 8081억원(54.3%), 삼성카드 2988억원(45.2%), 제일기획 1246억원(206.8%), 에스원 913억원(53.7%), 멀티캠퍼스 124억원(42.6%) 순이었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 삼성카드, 에스원, 제일기획 4곳은 4년 연속 배당성향이 40%를 넘었다.
이어 현대백화점그룹은 상장사 6곳이 고배당기업에 해당됐다. 현대지에프홀딩스(327억원, 57.6%), 현대홈쇼핑(321억원, 44.4%), 현대퓨처넷(121억원, 263.4%), 대원강업(68억원, 73.6%), 현대에버다임(12억원, 90.6%)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중 현대홈쇼핑은 4년 연속 배당성향 40% 이상을 유지했다.
HD현대는 상장사 5곳이 고배당기업이다. HD한국조선해양(3606억원, 217.8%), HD현대일렉트릭(1926억원, 40.0%), HD현대마린솔루션(1410억원, 68.7%) 등이 해당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4년 연속 배당성향 40% 이상을 유지했으며,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는 2024년 배당 이전 3년간은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계열 상장사 3곳 모두 고배당기업에 해당했다.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의 배당성향은 100.2%로 집계됐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2440억원, 33.0%), 모델솔루션(13억원, 29.5%)이 각각 해당됐다.
이밖에 롯데, 포스코, 농협, KT, 카카오, 두산 등 34개 그룹의 고배당기업은 각각 2곳씩으로 집계됐다.
SK, LG, 롯데지주, 한화, HD현대, 한진칼, LS, 인베니(구 예스코홀딩스) 등은 오너일가 지분이 집중된 지주사 및 핵심 지배기업이 고배당기업에 들지 못했다. 10대그룹 중에서는 유일하게 한화가 12개 상장사 전부 고배당기업에 들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고배당기업 지분을 보유한 대기업 오너들이 가장 많은 혜택을 볼 것”이라며 “이 같은 세제혜택이 배당 확대로 이어져 소액주주들의 배당도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