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대만의 반도체 제조 기업 TSMC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차이가 기존 70조원에서 1200조원으로 벌어졌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TSMC가 투명한 지배구조를 통해 고객사와 신뢰를 구축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경제인협회 회관에서 ‘TSMC 성공의 숨은 비결-거버넌스, 이사회, 승계’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포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70억원 수준이었던 TSMC(240조원)와 삼성전자(150억원)의 시가총액 차이는 10년만인 현재 1200조원(TSMC 1563조원, 삼성전자 353조원)으로 벌어진 상태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111% 상승하는 동안, TSMC의 주가 상승률은 651%에 달했다.

‘TSMC 세계 1위의 비밀’ 저자 린홍원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경제인협회 회관에서 개최된 ‘TSMC 성공의 숨은 비결-거버넌스, 이사회, 승계’ 세미나에서 TSMC의 성공요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김나경 기자)

정인성 반도체 전문 작가는 “반도체에는 2가지 과정이 있다. 설계를 하는 과정(팹리스)과 제조를 하는 과정(파운드리)이 그것이다. 예전에는 위탁제조(위탁생산)을 맡기고 싶어하는 회사와 제조하는 회사 사이에 일종의 신뢰 문제가 있었다. 제조하는 회사가 만들 수 있다던 소자를, 만들지 못한다고 (의견을) 변경하는 등의 경우가 그러하다”고 말했다.

정인성 작가는 이어 “TSMC가 한 일은 신뢰의 고리를 만들어 설계를 교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라며 TSMC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정 작가는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한다고 했던 일을 바꾸면 안 된다. 지속가능하고 예측가능한 경영을 하는 기업임을 보여줘야한다”며 “이는 후계 과정에서도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앞서 TSMC의 창업자 모리스창은 2005년 CEO 후계자로 차이리싱을 임명했으나, 4년만에 TSMC CEO로 돌아왔다.

2012년 다시 후계 구도를 구축했는데, 과거 차이리싱 단일 후계자 방식과 다르게, 당시 수석부사장이었던 장상이·류더인·웨이저자를 공동 운영장으로 승진시켜 6개월 동안 연구개발·생산·고객서비스 부서를 순환 근무시켰다.

이후 2013년, 마침내 류더인과 웨이저자를 공동운영자로 결정했다.

정 작가는 “(경영 승계) 목적에 충실했다. 뽑은 사람에 대한 확신을 줬다”며 “후계자가 이어 받아 CEO가 바뀌면 회사가 달라질 것이라는 (시장의) 질문에 리더십 한두명이 바뀌어도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줬다”고 평가했다.

‘TSMC 세계 1위의 비밀’ 저자 린홍원은 “모리스창은 딸에게 경영을 넘기지 않았다. 3명의 (후계자) 후보를 순환배치 했으며, 승계 과정에서 후보 낙선자가 회사를 떠나면 생기는 타격을 생각해, 좋은 인재를 남기기 위해 이중수장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린홍원은 “삼성전자와 같은 가족경영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가족경영의 경우 경영진이 오너에게 독립되지 못해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전문경영인의 독립성을 유지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린은 “TSMC는 현재 파운드리라는 제조업을 마치 서비스업처럼 한다. 예를 들어 많은 물량을 고객사에 제공하지 못할 때는 고객을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소개시켜준다. 고객의 성공을 위해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 마인드로 다가갔다”고 말했다.

고객사와의 신뢰 구축을 위한 투명한 지배구조도 주목받았다.

린홍원 작가는 “기업 문화에서도 정직함과 이사회, 경영진의 독립성을 강조한다”며 “한 회사의 사외이사는 사내이사보다 훨씬 많아야한다. 또한 전략적인 지분구조로 (대주주가) 5%내외 수준이 아닌 20~30% 수준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지분구조를 투명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린 작가는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회장 가족은 계열사 교차지분을 통해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얼만큼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지 투명하지 않다. 사외이사가 독립적이라면 이런 결정을 절대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