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초고령화로 인한 경제 저성장을 극복한 일본의 금융 변화를 분석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자산관리 패러다임이 변경됐으며, 저성장 내수가 아닌 해외사업 확장을 통해 실적을 확대 점을 주목했다. 또한 자기자본 중심의 부동산 리츠와 탄소중립 전환금융 역시 한국이 참고할 점이라 평가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일본 경제 대전환’ 도서 출판을 기념하여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18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는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소비자물가와 명목임금 성장률이 마이너스에서 2% 수준으로 올랐다. 닛케이 지수도 최고가를 달성하고 있으며, 집값도 우상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탈출한 동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은 아베노믹스”라며 “중요한 점은 총리가 바뀌어도 이러한 기조가 계속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이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구조 변화를 먼저 겪었다는 점에서, 한국의 미래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개최된 ‘일본 경제 대전환’ 도서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가 일본의 금융 변화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 김나경 기자)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주목한 점은 일본의 경제 대전환에서 과정에서 일어난 금융의 변화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까지 10년여간 정체됐던 일본 3대 금융그룹(MUFG, SMFG, 미즈호) 주가는 2022년부터 급격히 상승했다. 지난해 이들의 주가는 2021년 대비 2.6~3배까지 올랐으며, 같은 기간 기존 0.5배 수준이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연구소는 “일본 3대 금융그룹의 주가 개선은 주주환원 확대 등에도 기인하나, 2021년부터 순이익이 가파르게 증가한 점이 결정적 요인이었다”며 “글로벌 사업이 실적 확대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일본 3대 금융그룹은 1980년대부터 해외에 진출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본격적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을 시작했으며, 2019까지 메가뱅크 체제를 정립하며 확보한 투자여력을 고성장이 기대되는 동남아시아 현지 대형은행 지분 인수에 주력했다.
이들은 2019년 이후 동남아 소매금융과 미국 기업투자은행에 진출했으며, 비은행과 핀테크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기반이 견고한 일본 금융그룹도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됐다”며 “국내 금융그룹도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의 경제 회복에 따른 부동산금융 활성화도 언급됐다.
연구소는 “2010년대 이후 일본 기업들이 활력을 되찾는 과정에서 대출이 가장 많이 증가한 부문은 부동산”이라며 “주목할 점은 일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팽창하면서 관련 대출 총액이 증가했지만, 부채 의존도는 낮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 리츠의 평균 LTV(고객생애가치)는 60~65%인 반면, 일본 상업용부동산 시장의 큰손인 J-리츠의 LTV는 50%를 넘는 경우가 드물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빌린 돈으로 빠르게 건축하고 매각 차익을 실현하려는 한국식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모델은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뿐 아니라, 양질의 공간 설계에 동참하는 부동산금융의 미래 방향성과도 배치된다”며 “우리나라의 부동산금융도 구조적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연구소는 최근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이 198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과 유사하다는 우려는 과도하다고 일축했다.
권영선 본부장은 “198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을 촉발한 원인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은행의 대출 폭증”이라며 “당시 일본은 은행이 보유한 주식의 평가이익의 45%를 자기자본으로 인정해 줬다. 당시 일본은 버블경제로 주가가 상당히 올랐으며, 부동산값도 더불어 올라 일본에 신용팽창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권 본부장은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기본적으로 LTV나 DTI, DSR과 같은 (부동산 대출)규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메가뱅크의 탄소 중립으로 가기 위한 전환금융 프로젝트 참여에도 주목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일본 정부의 녹색전환(GX) 추진 전략에서 목표로 한 150조엔의 전환금융 공급규모 중 130조엔은 주로 민감 금융회사가 담당했다”며 “이때, 3대 메가뱅크는 정부기조에 부응하면서 새로운 기업금융 기회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미즈호의 경우 일본 내 12개 주요 발전사 가운데 11개사의 주 채권은행을 맡고 있는데, 발전사에 고효율 LNG 발전 시설자금을 지우너하는 등 전환금융을 공급한 결과 2021~2023년 누적 1조엔의 전환금융 실적을 달성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우리나라 역시 일본 못지않게 탄소 집약적인 국가다. 향후 전환금융 수요가 많을 것”이라며 “정책 당국에서 연내 전환금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금융도) 새로운 금융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