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9일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Ⅱ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상법 개정에 관한 토론을 나눴다. (사진=김나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상법 개정안 만으로는 코스피 5000을 달성하기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러 기업의 주주총회를 현장에서 경험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주주경제신문>이 담았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현재 의원이 발의한 소수주주 보호 관련 상법 개정안 가운데 상임위원회에 묶여있는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은 27개다.

가장 최근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에서 상법개정안을 서둘러 통과시킨다는 말에 지난 1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며 “하지만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없는 상태로 법사위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원들이 굉장히 많은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런 경우 모든 의원이 조정한 내용이 특정 발의안에 있다면 그 원안만으로 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택일을 하지 않는다. 모든 발의안을 놓고 논의를 통해 조항별로 조정을 해 대안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소수주주 보호 관련 상법 개정안으로 나온 주요 내용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총주주로 확대 ▲이사의 보수 관련 안 ▲전자주총 의무화 ▲감사위원회 위원 수 의무 2명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명칭 변경 ▲집중투표 배제 금지 ▲주식매도청구권 관련 안 ▲주식의 양도·이전·합병·분할 의결 시 대주주 지분 3% 제한 ▲다중대표소송 관련 안 ▲자사주의 제3자에 대한 처분 관련 안 등이다.

자사주 의무 소각에 대한 의안은 아직 발의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이번 상법개정이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비쿼스 주주연대 대표는 “현재 (상법개정) 분위기만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며 “더불어민주당의 주식시장활성화 테스크포스(TF)는 상법개정에서 (주가 상승) 효과가 가장 크다고 알려진 자사주 의무 소각을 제외한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연대 대표는 이어 “감사분리선임 무력화 방안을 개선하는 쪽으로 변경되었다고 하는데, 과거 사조산업이 대주주 지분을 특수관계인에게 대여해 3%룰을 빠져나가고 재판에서도 이겼다. 이미 3%룰 관련 상법은 무력화됐으니 개정하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 조항에서 ‘단’이라는 조항을 이용하여 회사들이 법망을 빠져나가는 점도 걱정스럽다”며 “전자투표제와 집중투표제 등을 자산 2조 이상 등의 회사에만 의무화하면, 중소 상장기업 등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소수주주 보호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전자투표 의무화”라고 강조했다.

또 “추후 시행령 등을 통해 기업의 노조처럼 주주연대도 공식화해야 한다. 일정 기간 주식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한 후 주식을 위탁한 소수주주로 구성된 연대를 법원 신청을 통해 공식화하도록 하면 소수주주권리 보호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상장사들은 소수주주의 지분을 없는 지분으로 본다. 경영권 분쟁을 염려하지만, 사실상 소수주주 의결권은 없는 사표로 여긴다. 투표는 하게 해주어야 한다. 소수주주들이 뭉칠 수 있다면 기업도 IR활동을 활발히 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대주주는 의결권 위임을 받기 위해 업체를 사용하는 비용 등을 회삿돈으로 사용하지만, 소수주주연대는 사비를 모으는 불평등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 개정 이후 판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권 헤이홀더 대표는 "상법개정은 큰 그림에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인데 세부적인 것을 정해주는 것은 아니라 그것까지 하기 위해선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이어 "법률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상법개정은 원고적격, 즉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가 넓어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는 넓어졌지만 손해를 입증하기가 비용도 많이 들고, 현재 법원 시스템에서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태준 액트 연구소장은 “아마 이사의 충실의무를 어겼다는 이유로 판결이 쏟아질 텐데, 그때 대기업에서 좋은 로펌을 통해 방어할 것”이라며 “처음 판례가 잘 잡히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이게 잘 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