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그룹 총수들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경영을 해 나가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국내외적 경제상황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공정한 경제 생태계, 중소기업과의 상생 등 정부의 정책기조에는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 대통령 자서전을 읽었다는 말을 꺼내 이 대통령의 웃음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6경제단체 및 5대 그룹 총수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사진=엠키타카 유튜브 캡처]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들은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대통령과 만났다. 이 대통령 취임 9일만으로, 이전 대통령들과 대기업 총수들의 만남보다 2~3개월 빠르다.

간담회는 도시락 식사를 포함해 모두 2시간 20여분간 진행됐다.

기업 총수들은 현 경제 상황의 어려움과 함께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을 맞추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금은 불안하게도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복합 위기 상황이고, 혹자는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국난의 시기라고도 한다”며 “(대통령님께서) 표방하신 실용적 시장주의라는 국정철학은 저희 삼성뿐만 아니라 여기 참석 중인 기업, 그리고 우리나라 모든 기업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당장의 경제 위기를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20년, 30년 다음 세대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삼성은 인공지능(AI)와 반도체, 바이오 투자를 늘려가고 있으며, 정통산업에도 인공지능을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고임금 일자리를 더욱 창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말한) 공정한 경제 생태계,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저희 나름대로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 한번 더 챙겨보겠다”며 “산업 현장 안전도 법이 있건 없건 절대 지켜야 되는 원칙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이 대통령의 자서전을 언급하며 청소년을 위한 사회공헌에 집중하겠다는의사도 밝혔다.

그는 “대통령 되시고 나서 대통령님 자서전을 읽어봤다”며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꿈을 줘야겠다. 삼성그룹의 모든 사회 활동과 공헌 활동을 청소년 교육, 청소년들이 어떻게 하면 사회에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도록 (하느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데,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도 이 대통령의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에 대한 협력을 약속했다.

그는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해서 경제단체들도 각국을 오가면서 현장을 계속 점검하고 있다”며 “지난 2월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 대미 아웃리치 사절단을 만들어서 워싱턴 디시(D.C)를 방문했다. 지난달에는 일본을 찾아서 이시바 총리와 면담을 갖고, 공통의 과제에 직면한 한국과 일본이 위기 극복을 위해서 함께 협력할 필요성과 양국의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기업 활동에 대해서 일본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이것은 아마 대통령께서 강조하신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하고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을 한다”며 “앞으로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서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잘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단체들은 비공개 회의에서 정부 지원 및 규제 개혁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들의 관세 피해 등 수출에 대한 정부 지원을,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상속증여세제 개선 등 규제 개혁을 이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과 달리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