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준수율 100을 달성한 포스코홀딩스를 보면 숫자가 때로는 얼마나 본질을 가릴 수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정량평가에서 준수율 100%를 기록했다. 올해 기준으로 핵심지표(주주·이사회·감사기구) 15개 항목을 모두 충족한 기업은 포스코홀딩스와 KT&G 단 두 곳뿐이다.

표면적으로는 포스코홀딩스가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원활히 소통하며,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데다 내부통제 시스템까지 구비한 완벽한 기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주주가 체감하는 실제 소통 수준은 보고서 속 수치와 큰 괴리를 보인다.

올해 3월 열린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 측은 노조와의 대치를 이유로 주총장 건물 출입구를 봉쇄했다. 현장에서 만난 소액주주들 중에는 평일 오전 연차를 내고 온 이들도 있었고, 먼 거리에서 일부러 찾아온 이들도 있었다. 결국 이들은 입장조차 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주총이 끝나갈 무렵에서야 일부 주주가 입장할 수 있었지만 안내받은 곳은 주총이 영상으로 중계되는 시청각실이었다. 이곳은 의결권 행사나 질의가 불가능한 사실상의 ‘방청석’이었다.

포스코홀딩스는 장소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실제 주총이 열리는 총회장과 중계 전용 시청각실을 이원화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입장 기준은 선착순도 아니고, 명확한 안내도 없어 혼란을 키웠다.

상법은 “회사는 주주총회에서 주주가 의안을 설명하거나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여야 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제한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포스코홀딩스는 일부 주주에게 실질적인 참여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다인원 수용이 가능한 컨벤션센터나 호텔 등을 대관해 주주총회를 열고 있다. ‘장소가 협소하다’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 있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IR팀의 소통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주는 “IR팀이 연락을 잘 받지 않는다. 어렵게 연락이 닿아도 담당자마다 말이 다르고, 무책임한 태도에 화가 난다”고 전했다.

이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포스코홀딩스가 밝힌 “소집공고 시 주주총회 참석 및 의결권 행사 문의 이메일 및 전화번호를 안내하였고, 주주 문의에 적극 대응했다”는 설명과 명백히 배치된다.

포스코홀딩스가 진정한 지배구조 선진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제도 이면의 현실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주주의 출입을 막고, 발언권을 임의로 제한하며, 형식적인 총회만 반복하는 구조 아래서는 그 어떤 100점도 공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