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이 한진칼의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는 가운데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양한 변수가 점쳐지는 가운데 한진칼은 여러 수단을 동원해 지배력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지난 4월 말까지 한진칼 지분을 288억원어치 사들이며 지분을 늘렸다. 현재 호반그룹은 한진칼 지분 18.46%를 확보해 조원태 회장 측(20.66%)과의 격차를 2.2%포인트로 좁힌 상황이다.

호반그룹의 지분 확대 목적은 항공업 진출과 연관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호반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였던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모회사로 대한항공 지분 26.13%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유통주식 수(3억6822만 주)가 많아 경영권 확보를 위한 매집 비용이 크지만, 한진칼은 상대적으로 유통주식 수(667만 주)가 적어 특정 시점에 블록딜을 통해 10% 안팎의 지분을 확보하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기 쉬운 구조라는 분석이다.

[그래픽=챗GPT]

조원태 회장 측은 호반그룹의 지분 매집에 앞서 다양한 방어 전략을 가동 중이다.

한진칼은 지난달 15일 보통주 기준 자사주 0.7%(44만44주)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한다고 밝혔다. 출연 주식의 가격은 주당 15만600원, 총액은 약 662억7000만원이다.

한진칼은 공시에서 처분 상대방은 한진칼 사내근로복지기금이며, 선정 사유는 구성원의 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이라고 설명했다.

외형상으론 직원 복지 증진이 목적이지만 실제로는 이 자사주가 복지기금이라는 제3자 명의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면서 총수 측 우호 지분으로 활용되는 구조다.

이로 인해 조원태 회장 측 지분은 19.96%에서 20.66%로 증가했다.

이어 같은 달 16일 대한항공은 LS그룹이 발행한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전격 인수했다. 이 EB는 LS 자사주와 교환 가능한 조건이지만,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2%에 불과하다. 수익성보다는 전략적 목적의 거래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LS그룹과 한진그룹은 지난 4~5월에 걸쳐 세 차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대한항공과 LS일렉트릭은 지난달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항공우주·방위산업 분야의 협력 방안을 구체화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8월을 전후로 두 그룹 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핵심 변수는 대신자산운용과 유진자산운용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9.06%다. 클럽딜 형태로 조성된 이 사모펀드는 오는 8월 만기를 앞두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블록딜을 통한 매각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조원태 회장 측이 직접 해당 지분을 인수하기엔 한진칼의 현금성 자산이 약 2400억원 수준에 불과해 여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호반그룹이 추가 매입에 나설 경우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10.58% 역시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주도하며 한진칼 지분을 확보했고 이후 줄곧 조원태 회장 측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최근 강석훈 산은 회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하면서 차기 회장 인선과 정권 교체 흐름에 따라 산은의 입장이 중립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조원태 회장 및 특수관계인, 델타항공, 복지기금, 산은 지분을 모두 합쳐야 45%를 겨우 넘는 수준인 만큼 산은의 스탠스 변화만으로도 경영권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호반그룹은 "단순 투자 목적의 지분 확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