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신성통상)

그간 주주환원을 하지 않아 유보율이 높은 알짜배기 상장사들이 상법개정 이후 주주환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해당 상장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업계는 상법개정 이후 주주환원을 원치 않는 상장사들의 자발적 상장폐지가 늘어날 것이라 보면서도, 이미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의 주가가 상승한 상황이라 공개매수에 들어가도 주주들은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본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자발적 상장폐지를 재추진한다. 이 회사의 1·2대 주주인 비상장사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이날(9일)부터 내달 9일까지 신성통상 주식 2317만8102주(지분율 16.13%)를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보통주 1주당 공개매수 가격은 지난해 6월(2300원)보다 78.8% 오른 4100원이다.

앞서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자발적 상장폐지를 노리고 지난해 6월 유통주식 22.0%에 대해 공개매수를 실시했으나, 응모지분이 5.9%에 그쳐 상장폐지에 실패했다.

당시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제시한 공개매수가는 주당 순자산가치(BPS)인 약 2500~2700원에도 못 미치는 2300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상법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주주환원에 소극적이었던 상장사들의 주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신성통상의 공개매수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신성통상 주식은 2년 넘게 2000원대를 횡보하고 있었으나, 상법개정을 공약했던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대선 직후인 지난 4일 3000원대를 돌파했다.

신성통상은 충분한 주주환원 재원을 가지고도 최근 10년 동안 딱 1번의 배당 외 주주환원이 전무했던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 2023년 총 71억원 수준의 배당을 했다.

신성통상의 지난 3월 말 기준 유보율은 617%로 이익잉여금만 3726억원에 이른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밸류업을 시작하면서 자진상폐한 기업이 늘었다. 대주주가 상장 유지 비용 및 주주환원 비용과 자진 상폐 후 대주주에게만 배당하는 비용 중 무엇이 더 나은지 비교해 계산한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상법이 개정되면 자진 상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이는 주주들에게도 나쁜 일이 아니다. 신성통상의 경우 지난 3월 말 PBR이 0.58배 정도였지만, 이번 공개매수가는 PBR 1.22배 수준이다. PBR 0.5배 수준에서 투자한 사람은 배의 수익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알짜기업이지만 주주환원이 없어 PBR이 낮았던 기업들의 시총이 10조원이 넘는다. 이들이 자진상폐를 해 투자자에게 자금이 들어와 재투자가 늘면 주식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