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워렌버핏은 '10년 보유할 자신이 없으면 10분도 보유하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주가가 요동치는 국면에서 매수 버튼을 클릭하기 전 알아야 할 가장 기초적 기업 정보를 <주주경제신문>이 독자들에게 일목요연 제공합니다.
◆ 이 회사, 지금 핫한 이유는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9일 52주 최저가인 7만 7500원을 기록한 후, 전일(22일) 9만 5100원까지 22% 넘게 상승했다. (사진 = 네이버금융)
다음 달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손해보험 업계에서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DB손해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달 초 경제 유튜버와 만난 자리에서 배당소득세 개편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지난 22일 한국거래소에서 “배당소득 분리 세제를 마련해 증시를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배당소득 분리세제란 배당소득을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해 별도 과세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제도다.
DB손해보험은 대표적인 고배당 업종인 손해보험업계 내에서도 가장 배당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DB손해보험의 예상 배당수익률은 7.5%다.
이는 배당이 가능한 보험사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같은 기간 삼성화재의 예상배당수익률은 5.4%, 삼성생명의 배당수익률은 6%에 불과하다.
◆ 주주환원
DB손해보험은 보험업계에서 삼성화재에 이어 두 번째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밸류업 공시에서 2028년까지 주주환원율을 35%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4년 동안 주주환원율을 지난 2024년 23% 대비 12% 포인트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배당 확대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DB손해보험은 앞서 총 현금배당 규모를 2022년 2762억원, 2023년 3182억원, 지난해 4082억원으로 꾸준히 확대했다.
지난해 배당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인 보통주 1주당 6800원이다. 배당성향(22%)을 전년대비 3.8%포인트 높였다.
그럼에도 배당성향은 삼성생명(42%), 삼성화재(44%)보다 낮아, 아직 배당을 확대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DB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K-ICS) 목표는 200~220% 수준이며, 초과 자본은 주주환원과 신규 사업 진출에 활용할 계획이다.
단, K-ICS 비율이 200%를 하회한다면 적극적인 가용자본 확충과 요구자본 관리를 통해 자본 건전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의 올 1분기 킥스 비율은 전년동기대비 24.9%포인트 하락한 204.7%로 집계됐다.
◆ 너 뭐 하는 회사니? 경쟁력 있어
DB손해보험 사옥. (사진 = DB손해보험)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53조원, 자기자본은 8조 4000억원으로 국내 손해보험사 가운데 2위의 대형 손해보험사다.
DB손해보험의 전신은 1962년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지분을 공동으로 출자해 세운 한국자동차보험공영사다. 1968년 주식회사로 법인을 전환해 한국자동차보험으로 사명을 바꾸고 자동차보험 업계를 독점했다.
1983년 2월 동부그룹에 편입되면서 민영화됐다.
현재도 자동차보험 내 시장점유율 20% 이상을 유지하며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 외 주요 보험종목에서도 15%를 넘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자체 설계사 조직을 꾸준히 확대했다. 원수보험료 중 전속설계사 채널 비중은 20% 내외다. 전속설계사 채널은 보험대리점(GA)보다 계약 유지와 관리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트폴리오도 다양하다. 이 회사의 최근 3개년 원수보험료 중 61%는 장기보험, 27%는 자동차보험, 12%는 일반보험(특별계정 제외)으로 이뤄졌다.
◆ 자금 여력은 어때?
◆ 지배구조
DB손해보험 지배구조는 김남호 DB그룹 회장 외 특수관계인(23.25%)→DB손해보험→DB생명보험·DB금융투자·DB캐피탈·DB엠앤에스다.
오너일가가 DB손해보험을 통해 DB생명보험·DB금융투자·DB캐피탈 등 그룹의 금융사를 간접지배하는 구조다.
DB손해보험은 오너일가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3년(2022~2024년)간 김준기 창업회장과 장남 김남호 회장, 장녀 김주원 DB그룹 부회장은 DB손해보험으로부터 13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수령했다.
일각에서는 지주사 전환 이슈의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해 오너일가가 확보한 배당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DB그룹은 DB하이텍의 주가에 따라 언제든 지주사 전환 통보를 받을 수 있는 상태다. 공정거래법상 별도 기준 자산 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면서 자회사 지분가액 합계액이 자산 총액의 50% 이상인 경우 지주사로 강제 전환되기 때문이다.
지주사의 경우 2년 이내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DB그룹이 지주사로 전환되면 DB Inc는 DB하이텍 지분 약 12%를 추가로 매입해야 하며, 이 경우 필요한 자금은 21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DB그룹은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반면, 다른 그룹과 달리 경영권 승계에 뚜렷한 방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20년 7월 김남호 회장이 김준기 창업회장의 뒤를 이어 DB그룹의 회장에 올랐으나, 아직 김준기 창업회장의 존재감이 크다.
올해 1분기 기준 김남호 회장(16.83%)과 김준기 창업회장(15.91%)의 DB Inc 지분 차이는 불과 0.92%포인트다.
◆ 오너는 누구? 경영자는 누구?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진 = DB손해보험)
정종표는 지난 2023년 1월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에 이어 추가로 각자대표이사로 선임되며 DB손해보험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같은 해 3월 김 부회장이 대표자리에서 물러나며, DB손해보험은 정종표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오는 2027년 3월까지다.
정 대표는 1962년생으로 대구 계성고등학교와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동부화재해상보험(현 DB손해보험)에 입사했으며, 이후 법인영업2부장, 인사지원팀장과 상무, 법인1사업본부장 상무, 법인사업부문 상무 등을 역임했다.
2016년 동부화재해상보험 법인사업부문장 부사장에 임명됐다.
2017년 동부화재해상보험은 DB손해보험으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정 대표는 2020년 DB손해보험 개인사업부문장 부사장을 거쳐 2021년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됐다.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이사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성은 유지해야 하지만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원칙 아래 올해에 역량을 결집해 나아갈 방향으로 ‘효율 중심의 견고한 지속가능경영체계 구축’이라는 전략방향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 숨겨진 리스크를 체크하자
지난 17일 발생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대형 화재로 상반기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회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LA산불 영향 등으로 전년동기대비 23.4% 감소한 4470억원을 기록했다.
금호타이어가 광주공장에 대해 가입한 보험금액은 1조 2947억원에 이른다.
총 6곳의 보험사가 보험금을 분담하는데, 이 가운데 DB손해보험의 분담률이 47%로 가장 높다. 다른 보험사의 분담률은 현대해상 24%, 삼성화재 10%, 한화손해보험 9%, 메리츠화재 5%, KB손해보험 5% 등이다.
◆ 선수 한 마디
다만, 1분기 실적방어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험손익 감소는 예견됐으나, 투자손익 호조가 예상 대비 양호한 실적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