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 건물 전경. (사진=KB금융)
KB금융지주가 지난해 금융지주 가운데 첫 연간 순이익 5조원을 기록했다. 다만, 이익성장에 집중한 나머지 자산 건전성에 소홀해 향후 주주환원 예측 가능성이 하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의 지난해 지배기업 지분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10.5% 증가한 5조782억원이다. 4분기 지배기업 기준 당기 순이익은 682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13% 넘게 확대됐다.
다만, KB금융지주는 이익성장에 집중해, 자산건전성 관리에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줬다.
KB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은 전분기 대비 0.33%포인트 하락한 13.51%다.
이는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 급등이라는 동일 조건에서 CET1 비율 하락이 0.04%포인트에 불과했던 하나금융지주와 대조적이다.
KB금융지주는 “CET1 비율은 여전히 금융권 최고 수준인 13% 중반”이라면서도, “지난해 4분기 순이익 규모가 감소하며 CET 1 비율에 대한 기여가 0.2%포인트 수준으로 제한됐다. 또한 분기 중 환율 급등으로 위험가중자산(RWA)이 2.9% 증가했다. 분기배당금 3000억원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영향도 CET1 비율을 0.19%포인트가량 하락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4분기 환율 영향이 굉장히 컸다. 민감도는 0.02%포인트다. 4분기에는 (전분기대비 57.7% 감소) 이익이 크게 줄고, 현금배당과 함께 1000억원 이상의 자사주 소각이 있어 이익이 상쇄됐다”고 덧붙였다.
KB금융지주는 자본비율 방어를 위해 인위적으로 자산성장을 억제하지 않을 방침이다.
앞선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3~4분기 자산성장을 감소시킬 수 있었지만, 이렇게 하면 이익체력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력을 유지하고 있다. 수익 창출력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에서 자본효율성을 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KB금융지주가 CET1 비율 관리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향후 주주환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B금융지주는 CET1 비율을 주주환원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업가치제고계획을 통해 연말 CET1비율 13%를 초과하는 자본을 다음 연도 상반기 주주환원 자본으로 활용하고, 연중 CET1 비율을 13% 중반으로 유지해 13.5%를 초과하는 자본에 상응하는 금액을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쉬운 부분이 존재한다”며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환경이 비우호적이기는 했으나, RWA 관리 노력은 지난 4일 실적을 발표한 경쟁사보다 미흡하다”며 “구조적으로 주주환원의 예측 가시성이 낮음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정 연구원은 “이번에 발표한 자사주 5200억원은 RWA의 0.15% 수준”이라며 “CET1 비율이 0.05%포인트만 움직여도 자사주 매입 규모 1500억~2000억원가량 변동된다. 시장에서 장래 CET1 비율을 소수점 두 자리까지 예측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며, 그만큼 자사주 매입 규모 추정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KB금융지주의 2024년 총 주주환원 규모는 2020억원이며, 예상 총주주환원율은 39.8%다.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소각액은 각각 1200억원, 820억원이다.
KB금융지주는 2025년 주주환원에 대해 “CET1 비율 13.51% 가운데 13%를 초과하는 자본 약 1조7600억원은 올해 총 연간 배당금과 상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올해 총 현금배당금액은 지난해보다 400억원가량 소폭 상향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KB금융 주가는 실적발표일 직후 2거래일 만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KB금융지주 종가는 지난 4일 9만1300원에서 6일 8만4900원으로 7.01%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