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70원도 뚫렸다…정국 혼란에 당국 개입도 먹통

원/달러 환율,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
강달러 영향까지...환율 상승세 이끌어

김선엽 승인 2024.12.27 10:18 의견 0

원·달러 환율이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강달러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환율 상승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6.2원을 기록하며 전날 종가 대비 7원 상승했다. 이는 2009년 3월 16일(1488.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1467.5원으로 출발한 후 빠르게 1470원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밤에도 환율은 1470원대까지 치솟았으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매파적 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달러 강세가 유지된 가운데, 국내 정치 불안 요소가 추가적인 상승 압박으로 작용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외환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결정할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등이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시장에서 쏠림 현상이 과도할 경우 단호한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최 부총리는 "국정 중단 가능성에 대한 대내외 불안요인을 신속히 정치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달러 강세와 아시아 주요 통화 약세가 동반되면서 환율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연준이 내년 금리 인하 속도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줄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달러 강세가 유지되고 있다.

달러·엔 환율도 157엔을 돌파하며 아시아 시장 전반의 통화 약세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 강화와 취약한 한국 경제 펀더멘털로 인해 원화 약세가 급속도로 진행 중"이라며 "엔화 강세에 따른 원화의 수혜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환율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 개입을 강화하고 있지만, 환율 상승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되면 경제 성장 둔화와 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정국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 성장 둔화와 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환율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환율이 1470원 후반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환율이 더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강달러 현상, 국내 정치 불확실성, 아시아 통화 약세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힌 탓에 당국의 개입에도 시장 안정화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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