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금융투자 지난 9월 5일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최초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했다. 다음날 주가는 25% 넘게 오르며 52주 신고가(6280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달 24일 발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 종목에서 DB금융투자가 제외되며, 주가는 5000원 초중반대로 내려앉았다.
DB금융투자는 밸류업 계획으로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주가순자산비율(PBR) 업종평균 상회 △주주환원율 매년 40%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우선 실적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앞서 이 회사는 2022년 발생한 레고랜드 발(發)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로 수익성이 급감했다. DB금융투자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2021년 1268억원에서 2022년 108억원으로 91% 넘게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순이익도 125억원에 그쳤다.
대형 증권사 위주의 경쟁으로 투자중개부문에서 거래대금과 신용공여금의 잔액이 감소했으며, IB(기업금융)부문에서도 부동산PF 관련 대손 부담이 늘었다.
부동산PF로 인한 자산건전성 관리 부담은 여전하다. 올 9월 말 기준 DB금융투자에서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exposure, 위험노출액)가 차지하는 비중은 자기자본의 46%에 육박한다. 대부분 중·후순위로 구성된 부동산PF다.
자산건전성을 위한 대손충당금은 2022년 483억원에서 2022년 808억원, 올 3분기 1199억원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수익성도 하락했다.
DB금융투자는 지난해부터 부동산금융에서 전통IB 영업으로 IB영업부문 타겟을 변경했다.
올해만 한빛레이저 스팩합병, 스튜디오삼익, 케이엔알시스템, 아스테라시스 등 4건의 기업공개(IPO)를 주관했다. DB금융투자가 한 해 4건 이상의 IPO를 진행한 것은 2018년과 2020년뿐이다. 그 정도로 드문 성과다.
DB금융투자의 올해 경영계획상 실적 목표는 별도기준 순영업수익 2800억원, 순이익 538억원이다.
다만, 올 3분기까지 실적은 별도기준 누적 순영업수익 2149억원, 누적 당기순이익 423억원에 그쳤다.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DB금융투자의 밸류업 계획 이행 의지는 확고하다.
DB금융투자는 주주환원 규모의 일관성을 위해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주주환원율 40% 이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시가배당률 5% 이상의 현금배당을 우선시하되, 환원 재원이 부족하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주환원율을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DB금융투자는 내년에도 실적회복에 집중할 계획이다.
DB금융투자는 국민연금의 내년 상반기 국내 주식 거래증권사 1등급에 이름을 올렸다. 올 하반기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반년 만에 대형사를 제치고 1등급을 탈환했다.
국민연금은 증권계의 ‘큰 손’이다. 국내주식 투자규모는 145조8000억원(올 9월말 기준)에 이른다. 국민연금의 거래 수수료만 증권사 전체 거래 수수료의 20~30%, 많게는 70%까지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 거래증권사’ 타이틀은 다른 기관투자자를 유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한 내년 상장 주관 목표는 5~6건이다.
곽봉석은 지난해 3월 DB금융투자 대표이사에 임명됐다. 임기는 오는 2026년 3월까지다.
IB전문가로 통한다.
진주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에 합류해 프로젝트금융본부장, 종합금융본부 총괄 상무보, 프로젝트금융사업부장 부사장을 역임했다.
2022년 PF사업부 겸 IB사업부 총괄 부사장을 맡아 직접 IPO 실사를 나서며 활약했다.
대표이사 취임 후 IB사업부 내 기업금융본부를 1본부와 2본부로 나누어 기업금융업무를 강화했다. 주주와의 소통을 위해 경영기획본부 및 경영기획팀 산하에 홍보·IR(기업활동) 파트를 신설하기도 했다.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회사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곽봉석 대표는 지난해 3월 8213주, 올해 11월 1만4448주, 12월 6500주의 DB금융지주 주식을 매입했다.
곽 대표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하며 “IB 사업부는 기업고객 확보와 우량 딜(Deal, 거래) 유치에 집중해 경쟁력을 키우고 자산관리(WM) 사업부는 차별화된 상품을 적용해 고객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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