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대한민국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할 채비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기준을 곧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컨소시엄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더존뱅크와 한국소호은행은 대형 시중은행의 참여로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지만, 자본금 확보와 규제 준수라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번 주 내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의 예비 인가 심사기준을 발표한다. 심사기준이 발표되면 연말부터 본격적인 예비인가 신청이 시작될 전망이다. 연말 예비인가 신청이 마무리되면, 예비인가 심사결과는 내년 1~2월, 본인가 결과 발표는 내년 3~4월경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 중 본인가 결과발표가 예상됨에 따라 제4인터넷전문은행의 정식 출범에는 1~2년 정도가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의 핵심기준은 ▲중·저신용 및 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확대 ▲혁신적 금융서비스 제공 여부 ▲안정적 자본확충 역량 등이 될 전망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저신용 및 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공급 확대는 제4인뱅 인가의 중요한 정책적 기대효과”라며 “그러나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관리해야 하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제4인뱅이 자산건전성을 동시에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중·저신용 및 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공급을 확대하고자 무리하게 대출 심사 기준을 대폭 완화하거나 대출금리를 낮춰 자산건전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도 자본력을 바탕으로 제4인뱅 참여를 고려하고 있다”며 “하지만 자본력이 가장 큰 신한은행이 참여하는 후보가 유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제4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컨소시엄은 더존뱅크, 한국소호은행, 유뱅크, 소소뱅크, AMZ뱅크 등 총 5곳이다.
이 가운데 자산건전성 유지를 위한 자금조달능력이 가장 뛰어난 컨소시엄은 더존뱅크와 한국소호은행으로 평가받는다. 대형 시중은행의 컨소시엄 참여가 확실시 곳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더존뱅크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은행이 가질 수 있는 최대 지분율 10%에 근접한 수치다.
더존뱅크는 더존비즈온의 앞 글자를 딴 컨소시엄으로, 기업데이터를 활용한 기업금융 부문에서 기대받는다.
더존비스온은 기업 내 급여관리, 회계, 물류 등 전사적 자원관리(ERP) 소프트웨어 회사다. 2022년 국내 ERP 시장 점유율 2위(16.8%)를 기록했으며, 국내 중견·중소기업 ERP 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인 SAP를 앞섰다.
NH농협은행과 DB손해보험 역시 더존뱅크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 중이다.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은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추진 중인 제4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이다. 우리은행과 우리카드가 참여를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 2016년 케이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해 지분 12.5%를 보유한 2대주주다. 이번 한국소호은행에도 3000억원 내외의 투자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형 시중은행의 참여는 해당 컨소시엄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더존뱅크는 신한금융지주의 우회적 지배를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관련 법과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 등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시중은행의 지분율은 혁신과 독립성, 공정 경쟁을 유지하기 위해 10%까지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더존뱅크의 경우 신한금융지주가 신한은행뿐 아니라 더존비즈온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배력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존뱅크 주주 구성은 신한은행 9.9%, 더존비즈온 34.9%로 되어있다. 더존비즈온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22.7%의 김용우 더존비즈온 회장이며, 이 지분 가운데 20.4%가 신한투자증권에 질권으로 잡혀있다는 것이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사실상 신한금융지주가 더존뱅크를 우회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구성원인 우리은행도 넘어야 할 관문이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리스크 관리 관련 지적을 받고 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이 우리은행과 계열사에서 350억원 규모의 부적정 대출을 했다는 의혹이 일면서다. 최근 검찰은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피의자로 명시하고 우리은행장 사무실, 우리금융지주회장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기도 했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이미 제1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또다시 우리은행이 참여한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해 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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