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테일 법칙(Long Tail theory)
소수의 히트작이 아닌, 다수의 숨은 보물 찾기
‘롱테일 법칙’은 사소한 다수가 핵심적인 소수보다 더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이다. 판매량이 적은 하위 80%의 수많은 상품들이 모여 소수의 히트 상품 못지않은,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현상을 뜻한다. 상품을 매출액과 판매량의 막대 그래프로 나타낼 때, 판매량이 높은 인기 상품은 그래프의 짧고 굵은 ‘헤드(Head)’를 형성해 불룩 솟아 있지만, 판매량이 적고 종류가 엄청나게 많은 비인기 상품들은 긴 꼬리(Long Tail)처럼 길게 이어져 있다. 이 긴 꼬리에 해당하는 상품들의 판매 금액과 수량을 모두 합치면, 많이 팔리는‘헤드’상품의 가치를 능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긴꼬리 효과는 소수의 잘나가는 상품보다 다수의 힘이 훨씬 더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파레토 법칙(Pareto's principle), 즉 '80/20 법칙'과는 반대되는 개념이지만, 파레토 법칙을 뒤엎는 개념은 아니다. 오히려 더욱 다변화된 현대 사회 현상을 균형적으로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세상이 파레토 법칙에 지배되는 것처럼 보였다. 전체 결과의 80%가 소수 원인의 20%에서 비롯된다는 이 법칙은 시장 경제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했고, 소수의 히트 상품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당연한 현상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 견고한 법칙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롱테일 법칙이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물리적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고, 인터넷이라는 무한한 진열장이 생겨나면서, 숨죽였던 수많은 상품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들이 모여 새로운 경제 법칙인‘롱테일 법칙’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단순히 “꼬리가 길면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의미를 넘어, 소외됐던 수많은‘취향’들이 모여 거대한 힘을 발휘하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미국의 IT 전문매체인 <와이어드>의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 2004년 10월 롱테일 이론을 최초로 정립했다. 인터넷 세상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롱테일 이론은 <와이어드> 창간 이래 가장 많이 인용되었을 만큼, 많은 주목과 관심을 받았다. 그는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이 용어를 사용했다.
온라인 서점 아마존(Amazon)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한 해에 몇 권 팔리지 않는 비인기 서적의 매출 총액이 베스트셀러의 매출 총액을 넘어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공간의 한계 때문에 소수의 베스트셀러만 판매해야 했지만, 아마존은 절판된 책, 소수의 독자만 찾는 희귀 서적까지 무제한으로 진열할 수 있었다. 각각의 판매량은 미미했지만, 이 수많은 롱테일 상품들의 매출을 합치자 베스트셀러가 만들어내는 수익을 압도했다. 앤더슨은 이러한 현상을 공룡의 긴 꼬리에 비유해 롱테일 법칙이라고 명명했다. 공간이나 상권 개념이 없는 인터넷에서는 모래처럼 흩어져 있는 자투리 고객과 이들이 찾는 자투리 상품들이 모여 큰 산을 이룬다는 것이다.
넷플릭스(Netflix) 역시 대표적인 사례이다. 극장에서는 상영되지 않는 독립 영화, 특정 마니아층이 열광하는 드라마가 모여 넷플릭스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처럼, 소외되었던‘유용한 다수’의 가치가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롱테일 법칙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히트 상품’에만 집중하며 성공을 좇을 것인가, 아니면 세상에 숨겨진 수많은‘보물’을 발견하고 그 가치를 연결할 것인가? 롱테일 법칙은 더 이상 특별한 경제 현상이 아니다. 소외됐던 것들의 가치가 빛을 발하고, 다양성이 곧 힘이 되는 세상의 새로운 이치가 됐다. 이제 우리는 자신만의 롱테일을 찾아나서야 할 때다.
김규회(도서관닷컴 대표, 전 동아일보 부국장)
# 법세경 : 법칙으로 통하는 세상의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