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일(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이 끝남과 동시에 경제계가 미국 투자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이달 초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약속한 3500억 달러(486조원) 투자를 위해 주요 기업들이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성공적인 한미 정상회담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을 찾은 국내 기업인들은 이날 미국 워싱턴 DC 월러드호텔에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16명의 국내 기업인이 참석했다. 미국에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시이오(CEO) 등 21명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반세기 만에 일궈낸 대한민국의 초고속 압축 성장은 미국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역사적 성취”라며 “이제 대한민국이 미국의 제조업 재건에 기여할 차례”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 양국은 이미 70년 넘게 활발하게 이어온 교역과 투자로 긴밀하게 연계해 상호보완적인 산업 구조 그리고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도 “오늘 미국과 한국의 비즈니스는 물품만 교역하는 게 아니다.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기업들은 이 자리에서 조선, 원자력, 항공, 액화천연가스(LNG), 핵심 광물 등 분야에서 총 11건의 계약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 현대차, 260억달러 투자…전기로 제철소·로봇공장 신설
현대차그룹은 향후 미국에 4년간 260억달러(36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의선 회장이 올 3월 백악관에서 직접 밝힌 210억(29조원)달러 투자 계획보다 50억달러(6조9000억원) 늘었다.

추가된 50억달러 대부분은 연 3만대 생산 규모 로봇 공장 신설에 투입될 예정이다. 로봇 전문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4족 보행 로봇 등의 생산이 늘어날 전망이다.

또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 현대차그룹은 저탄소 고품질의 강판을 생산해 자동차 등 미국 핵심 전략산업에 공급할 예정이다. 제철소가 완공되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철강-부품-완성차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을 구축하게 된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연 70만대였던 미국 완성차 생산능력을 향후 120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투자로 미국 정부의 정책에 대응하는 한편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확대해 모빌리티를 비롯한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보잉 차세대 항공기 103대 구매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스테파니 포프 보잉 상용기 부문 사장 겸 최고 경영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대한항공]

▲ 2030년까지 보잉 항공기 103대 추가 도입
대한항공은 362억달러(50조원) 상당의 미국 보잉사의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를 추가 도입한다. 또 GE에어로스페이스사와 6억9000만달러(1조원) 가량의 항공기 예비 엔진구매 및 130억달러(18조2000억원) 규모의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도 추진한다.

대한항공은 코로나 펜데믹 이후 항공기 인도가 지연되면서 주요 항공사들이 항공기 주문시점을 당기는 추세를 감안해 2030년대 중후반까지의 선제적 항공기 투자 전략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이 구매하는 보잉 항공기는 777-9 항공기 20대, 787-10 항공기 25대, 737-10 항공기 50대, 777-8F화물기 8대다. 2030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향후 대한항공의 기단은 장기적으로 보잉사의 777, 787, 737 및 에어버스사의 A350, A321-neo 등 5가지 고효율 기단으로 재편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이와 별도로 GE 에어로스페이스와 CFM사로부터 각각 항공기 11대분과 8대분의 예비 엔진을 구매한다. GE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20년간 항공기 28대에 대한 엔진 정비 서비스도 받게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표 국적항공사로서 본연의 여객 및 화물운송을 통해 한국과 미국을 긴밀히 연결하는 날개로서의 역할을 다 하는 한편, 지속적인 대미 투자를 통해 한-미 양국간의 우호적 관계를 한층 더 증진시키는데 기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HD현대·삼성중공업, 마스가 플랜 본격 시동
HD현대는 미 조선산업 재건을 위한 수십 억 달러 규모 투자 프로그램을 조성한다.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첫 단추다.

HD현대의 투자 프로그램은 미국 조선업, 해양 물류 인프라, 첨단 해양 기술을 포함해 미국과 동맹국의 해양 역량을 재건·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요 투자 분야는 ▲미국 조선소 인수 및 현대화 ▲공급망 강화를 위한 기자재 업체 투자 ▲자율운항·AI 등 첨단조선기술 개발 등이다.

HD현대는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윌라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복규 한국산업은행 수석부행장, 프랭크 브루노 서버러스 캐피탈 최고경영자,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HD현대]

HD현대는 앵커(anchor) 투자자이자 기술자문사로서 참여해 투자 프로그램의 성공적 운용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특히 조선·해양 분야에서 축적한 산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자 대상의 기술적 타당성과 경쟁력, 성장 가능성을 검토해 투자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동맹국인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목표로 하는 마스가에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동시에 한국 조선업계에도 새로운 시장과 성장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믿는다”며 “HD현대는 축적된 선박 건조 기술력과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 조선업의 현대화·첨단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도 비거 마린 그룹과 미국 해군의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조선소 현대화, 선박 공동 건조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 SMR 협력..게르마늄 장기 공급
원자력 분야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두산에너빌리티, 엑스에너지, 아마존 웹서비스가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에 관한 4자 MOU를 체결했다. SMR의 설계, 건설, 운영, 공급망 구축, 투자, 시장확대 등에 협력할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페르미 아메리카는 미국 텍사스 주에 추진중인 'AI 캠퍼스 프로젝트'에 공급할 대형 원전과 SMR 기자재 관련 포괄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MOU를 체결했다. 이어 한수원과 삼성물산은 페르미 아메리카와 AI 캠퍼스 프로젝트의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고려아연이 국내 공장에서 게르마늄 상업생산을 시작하는 2028년부터 록히드마틴에 게르마늄을 장기 공급하는 내용이다.